세계일보

검색

부천 버스의 '안전운행 지킴이석'…'취지는 좋지만, 글쎄'

입력 : 2017-12-25 08:00:00 수정 : 2017-12-23 12:13: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대기 중인 부천버스(주) 소속 88번 버스에 한 여성이 올랐다. 타는 문과 바로 붙은 좌석에 앉은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여성의 바로 옆 창문에는 ‘안전운행 지킴이석(지킴이석)’이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5일 경기도 부천시에 따르면 지킴이석은 운전자와 승객이 함께 버스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 11월6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운전자가 잘 보이는 버스 제일 앞 좌석을 지킴이석으로 지정, 이곳에 앉은 승객이 난폭운전, 신호위반, 졸음운전 등 기사의 부주의한 운행을 목격할 시 시정을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부천시 관계자는 “지난 9월 전체 시내버스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운수종사자 친절교육에서 ‘안전운행 지킴이석’ 운영에 대해 미리 안내하고 취지를 설명했다”며 “버스업체와 운수종사자의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시는 12월 말까지 관내 10번, 83번, 88번, 88-1번 차량에서 지킴이석을 시범운영한 뒤, 내년 1월부터 전체 6개 시내버스 업체(총 53개 노선·900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같은해 상반기에는 전세버스 적용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취지는 좋지만 지킴이석에는 여러 한계가 있어 보인다.

첫째, 자리에 앉고서도 지킴이석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민이 있었다. 둘째, 지킴이석에 앉더라도 과연 누가 운전자에게 직접 시정을 요구하겠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셋째, 운전자의 휴식시간 보장 등으로 졸음운전을 해결하는 게 아닌 ‘보여주기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넷째, 지킴이석은 법으로 보장하는 권한을 승객에게 부여하는 게 아니라서 허울뿐이라는 비판도 보인다.

최근 한 매체가 지킴이석을 카드뉴스로 내보냈을 당시 댓글란에는 “운전기사만 죽어날 것 같다”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정책을 만든 이의 뒤에도 감시관을 앉혀야 한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지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킴이석 정책을 고안한 최초 인물은 올여름 한국도로공사의 한 관계자가 국내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