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끼리 하는 건배사는 요란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 칵테일 미팅 때 “3통을∼, 위하여∼”를 선창했다. ‘대통령을, 소통을, 만사형통을 위하여’라고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10월 청와대의 ‘노동계 초청 대화’ 때 “노발, 대발”을 외쳤다.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뜻이란다. 머쓱했는지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마당발”을 선호했다. ‘마주 앉은, 당신의, 발전을 위하여∼.’ 안동이 지역구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투리 건배사로 배꼽을 잡게 한다. “이기자(이런, 기회, 자주 하자), 나가자(나도 잘되고, 가∼도 잘되고, 자∼도 잘되자)”. ‘가’ ‘자’는 3자 지칭 경상도방언.
건배사는 연령별로 가지각색이다. 20∼30대는 “박카스(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고, 스피디하게)” “사우디(사나이, 우정, 디질 때까지)” 등 힘이 넘치고 재기발랄하다. 40∼50대 구호는 조심스럽다. “나이아가라(나이야 가거라)”, “명품백(명퇴 조심, 품위 유지, 백수 방지)”. 세월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찌질대는 느낌이 드는 구호이지만 재미는 있다.
올 연말은 탄핵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와 달리 흥청대고 있다고 한다. 주가지수가 2500을 넘기면서 송년회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취업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68%가 송년회를 계획했다. 지난해보다 15%포인트 높다. 중요한 것은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아 참석자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주는 모임이 되어야 한다. “갈매기∼, 바로 당신!” 갈수록, 매력 있고, 기분 좋은 게 갈매기란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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