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혁명적 기술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함께 세상에 등장했고,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첫 성공사례였다. 그래서 일찌감치 많은 정보기술(IT)·금융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가능케 한 이 신기술에 주목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심장은 10분 주기로 박동한다. 그 시간의 모든 거래가 검증돼 블록에 저장된다. 이 블록은 이전의 블록 뒤에 자전거 체인처럼 붙는다. 그래서 블록체인이다. 블록은 고난도 수학문제를 푸는 ‘채굴’(마이닝)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채굴자들은 채굴이라는 ‘거래증명’의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네트워크상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의 총체다. 비트코인을 훔치려면 블록체인에 들어있는 모든 코인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블록체인은 그렇게 사용자 간 직접 거래에 신뢰를 불어넣었다.
압축하면 블록체인은 ‘거대한 신뢰 시스템’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전지구적 신뢰 컴퓨터”라고 표현했다. 문영배 나이스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거래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미들맨(middleman·중매인)의 역할을 이제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보다 안전하게 하는 세상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세상을 뒤집는 혁명에 비유된다. “인터넷 등장만큼 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기술”(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모든 분야에서 중앙집중형 모델을 사용자 간 모델로 재구성하는 혁명”(박성준 센터장),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인프라”(문영배 소장)라는 평들이 줄을 잇는다.

블록체인은 정치, 교육, 의료, 복지, 에너지 등 각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탭스콧 회장은 “블록체인은 파괴적인 기술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이미 금융을 뛰어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 사례들이 늘고 있다.
가능성 측면에서 의료정보 블록체인화를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은 교정치료를 받게 되면 해외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가 어렵다. 병원 간 진료기록 공유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나의 교정치료 과정이 기록된다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이 횡령과 도난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기부나 원조문화의 불신을 걷어낼 수도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절차인 투표의 왜곡과 조작을 원천 차단해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겠다. 이미 호주에서는 ‘중립투표블록’이라는 기관이 블록체인상의 투표를 활용해 민주주의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개혁 중이다.
공유경제(재화를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공유소비를 통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기업들이 중개기업 없이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업운용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임대차 계약의 경우 기간과 보증금을 구체화하고 양자가 확인할 경우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는 식의 ‘스마트컨트랙트’가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해진다.
아직 블록체인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16∼2017년은 도입기였고, 향후 6∼7년간 성장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걸림돌도 예상된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있을 수 있고, 강력한 이익집단이 블록체인을 장악하려 들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과거 30년이 인터넷 시대였다면 향후 30년은 블록체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여는 세상은 과거보다 신뢰도가 높은 투명사회일 가능성이 크다. 탭스콧 회장은 “새로운 분산형 패러다임의 리더들은 모든 사람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적·제도적 혁신의 파도를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고도서: 블록체인혁명(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넥스트머니 비트코인(김진화), 블록체인 꽃길을 걷다(유안타증권)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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