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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래] 철없는 황사의 내습 … 덥고 건조해지는 지구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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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7 10:00:00 수정 : 2018-02-23 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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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추위 전령사로 신고하는 ‘가을황사’의 경고 / 온난화의 거센 후폭풍 / 발원지에 생명의 싹 틔워라 ‘더위가 물러가고 바람이 차가워진 걸 보니 이제 황사가 시작되겠구나.’ ‘봄의 불청객’이었던 황사가 이렇게 ‘추운 계절의 전령’으로 수식어를 바꿔 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2009년 9월, 44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황사가 나타나더니 어느새 단골손님이 돼버렸다. 올해도 9월과 10월 한 차례씩 옅은 황사가 관측됐고, 지난달에는 세 차례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독한 미세먼지 탓에 ‘차라리 황사가 반갑다’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이지만 ‘철 모르는 황사’는 지구가 보내는 경고일지 모른다.

◆“금세기 말이면 56%가 건조 지역”

황사가 건너오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모래먼지가 생길 만큼 건조한 기후와 모래를 실어나를 기압(바람)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건조한 곳은 더 덥고 건조한 극한 기후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앤핑 중국 란저우대 교수가 1901∼2009년 평균 연간 강수량과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1년에 비가 100∼500㎜밖에 안 내리는 건조한 곳의 온도는 매년 0.01도가량 올랐다. 이에 비해 한 해 비가 2000㎜ 이상 쏟아지는 곳(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300㎜)은 연간 0.004도만 올랐다.

특히 추운 계절 아시아의 ‘반건조 지역’에서 온도 상승이 두드러졌다. 황 교수팀은 연간 강수량이 200∼600㎜인 곳을 반건조 지역으로 정의하고 1901∼2009년 지역별·계절별로 온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반건조 지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평균 온도가 1.13도 오른 데 비해 아시아 반건조 지역은 추운 계절(11∼3월)에 2.42도나 올랐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 황사 발원지인 내몽골이 바로 아시아 반건조 지역에 속한다. 한반도 북서쪽에서 가장 혹독한 온난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건조→온난화→건조→…’의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양에 수분이 없으면 증발하는 물방울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쏟아지는 태양열이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쓰이지 못하고, 고스란히 지역의 온도를 높이는 데 쓰이게 된다.

201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는, 이런 현상으로 금세기 후반(2071∼2100년)에는 전체 육지 면적의 50∼56%가 건조지역이 될 것이란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때가 되면 한반도 북쪽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그린란드 서쪽 일부 지역까지 건조화가 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황사를 부르는 두 번째 조건, 즉 ‘바람’도 온난화와 관련이 깊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김주홍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4명의 연구진은 북극 빙하가 줄어든 해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한반도로 들어오는 황사 수송경로가 발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북극이 얼지 않고 바다 상태로 열려 있을 때 제트기류는 구불구불하게 움직이는데 한반도 주변에서는 남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트기류 북쪽, 즉 만주 쪽 상공(지상 10㎞)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흐름(저기압성 순환)이 만들어지면 내몽골의 황사가 우리나라로 끌려들어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해빙면적과 황사발생 간 관련성이 전혀 없었는데 10여년 전부터 갑자기 관련성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둘의 상관계수는 0.78로 매우 높다”고 전했다. 

◆‘초원의 암’ 마른 호수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한·중·일·몽골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는 여러 활동을 벌였다.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업소 박상호 소장도 그중 한 명이다. 박 소장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차로 내몽골 차간노르(노르는 호수라는 뜻) 일대 4000만㎡에 걸쳐 1년생 초본 생태복원 활동을 벌였고, 2014년부터 내년까지는 보샤오테노르와 하기노르 일대에서도 비슷한 면적에 걸쳐 다년생 식물복원을 진행한다.

특히 주력하는 부분은 알칼리 호수 생태복원이다. 박 소장은 “내몽골 대부분의 호수가 알칼리성인데, 호수가 말라 알칼리 분진이 날리면 주변 초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마른 호수는 강알칼리이고 강한 바람이 부는 등 환경이 열악해 ‘초원의 암’이라 불린다”고 전했다.
10년째 내몽골에서 사막화 방지사업을 하고 있는 에코피스아시아의 박상호 소장은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면 지질조사와 수리수문연구부터 해야한다”고 전했다. 위부터 생장량 조사, 실험구 설치, 생태해설을 하는 모습.
박상호 소장 제공

오랜 시간을 황사 발원지에서 보낸 그는 사막화의 주범으로 인간 활동을 꼽았다.

내몽골의 인구는 1954년 610만명에서 2010년 2470만6000명으로 네 배 늘었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공업·농업용으로 여기저기서 지하수를 끌어썼고, 호수가 마르기 시작했다. 초원도 버티지 못하고 퇴화했다.

박 소장은 “현지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각종 개발과 과도한 지하수 사용, 댐 건설 같은 인위적 요소”라며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지가 황폐화하면 토양 속에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방출된다. 또 초목이 사라지면 광합성 양이 줄어 식물의 온실가스 저장량도 줄어든다. 온난화가 사막화를 부르고, 사막화가 다시 온난화를 촉진시키는 셈이다. 철을 가리지 않는 황사의 내습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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