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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질문서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에 대한 본격 검증을 실시하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검증 담당기관이 적격성을 따지고 검증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질문서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해 예비후보자 스스로가 고위공직 적합성을 판단해 볼 수 있게 했다.
청와대는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9월 ‘9개 분야 200개항목’으로 만들어진 질문서를 시대상황 변화와 새 인선 원칙 등을 반영해 ‘12개 분야 186개항’으로 가다듬었다. 질문서에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단골 메뉴들이 총망라돼 있다. 종전에는 가족관계(9개), 병역의무 이행(14개), 전과 및 징계 (20개), 재산형성(40개), 납세의무(26개), 학력·경력(12개), 연구윤리(15개), 직무윤리(33개), 개인 사생활(31개) 분야 질문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번에 7대 비리 관련(19개), 기본 인적사항(7개), 국적 및 주민등록(13개), 병역의무 이행(7개), 범죄경력 및 징계(9개), 재산관계(30개), 납세의무 이행(35개), 학력·경력(5개), 연구윤리(16개), 직무윤리(32개), 사생활 및 기타(12개), 기타(1개)로 수정·보완됐다.

새 질문서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 인적사항을 묻기 전 ‘7대 비리’ 관련 질문을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고위공직 임용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비리의 범위와 개념을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性) 관련 범죄 7가지로 확대했는데, 7대 비리 관련 질문 19개에 대한 답변만 보더라도 해당 인물의 적격성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7대 비리 행위자는 인사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7대 비리 관련 질문은 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단계적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위장전입’ 관련 질문은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뒤 ‘위에 해당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습니까’를 묻는 식이다. 곧바로 인선에서 배제될 만한 결정적 질문을 먼저 한 뒤 추가로 우려되는 사항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최근 고위공직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된 사항을 세세하게 묻는 것도 특징이다. ‘교육기관의 학내 분규 또는 본인의 행위와 관련하여 언론(대학신문 등 포함)에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습니까’, ‘본인이 이성문제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정·민원 등 문제가 제기되거나 협박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본인이 언론에 기고한 글·칼럼, 강연·회의 등 공개석상에서의 발언, 기타 사생활과 관련하여 논란 또는 이슈가 된 적이 있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이 있습니까’ 등 질문이 그런 예다.
‘본인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개인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운영하거나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도 포함됐다. 인터넷 공론장에 올린 글까지 샅샅이 들여다 보면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 없었는지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질문서는 ‘예’, ‘아니오’, ‘추가확인필요’ 등에 체크한 뒤 필요시 구체적인 내용과 개인 소명을 적도록 했다. 종전보다 질문 항목이 14개 줄었지만 분량이 65페이지나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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