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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北 잠수함 천적'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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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11:00:00 수정 : 2017-11-11 13: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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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해군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미국제 P-3C 해상초계기. 한국 해군도 P-3C를 개량한 P-3CK 16대를 운영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한반도 유사시 깊은 바다 밑에서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공격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을 해상에서 탐지, 격침할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다.

해군은 1990년대부터 미국제 P-3C를 개량한 P-3CK 해상초계기 16대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P-3C를 의미하는 P-3CK는 미국 해군이 예비용으로 보관하던 중고 P-3B 기체를 국내로 들여와 개조한 항공기로 기존의 P-3C보다 잠수함 탐지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P-3C는 넓은 바다의 표적만 탐지할 수 있지만 P-3CK는 항구에 정박한 함정과 지표면의 이동표적도 식별할 수 있는 다목적 레이더를 장착했다. 레이더 전파를 역추적해 위치를 알아내는 전자전 장비(ESM)와 잠수함 선체를 구성하는 강철에서 발생하는 자기를 찾아내는 자기탐지장치(MAD) 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해상초계기 8대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북한이 구형 로미오급을 비롯한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북극성 SLBM을 탑재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기종의 해상초계기 6대를 2020년대 초반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 P-8A와 소드피시 2파전 양상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에는 P-8A(미국), P-1(일본), C-295(유럽) 등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제작되는 다양한 종류의 해상초계기가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한때 중고 S-3B를 개조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20년 이상 일선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형 초계기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중고 기체 도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현재 차기 해상초계기 작전요구성능(ROC)이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오랜 시간 비행하는 능력과 어뢰 4발 이상 탑재 등 강력한 무장능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보잉 P-8A와 스웨덴 사브 소드피시(swordfish)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브는 소드피시로 해상초계기 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내놨다.
시험비행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공장 내 활주로에 착륙하는 P-8A 해상초계기. 미국 해군 제공
P-8A는 보잉 B-737 여객기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으며, 소드피시는 캐나다 봄바디어 G-6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해서 만들 예정이다. 두 기종 모두 빠른 속도로 넓은 해역을 정찰하는 데 필요한 제트엔진 2기를 장착한다. 최대 11~12㎞ 상공에서 비행이 가능해 해상은 물론 내륙 지역 정찰도 가능하다. 우리 군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성능은 두 기종 모두 충족하는 셈이다.

2009년 4월 처음 비행한 P-8A은 첨단 장비를 활용해 강력한 잠수함 탐지능력을 발휘한다. P-8A에 탑재된 AN/APY-10 레이더는 수면 위의 작은 목표물과 복잡한 지형의 해안에 대한 탐지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강철로 만든 잠수함에서 방출되는 자기(磁氣)를 탐지하는 자기탐지기(MAD) 대신에 재래식 잠수함의 배기가스를 탐지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자기탐지기를 피하기 위해 자성(磁性)을 띠지 않도록 잠수함을 만드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한 조치다. 동체 내외부에는 어뢰를 비롯한 대잠(對潛), 대함(對艦) 무기 11개를 장착할 수 있다. 한 번 연료를 실으면 승무원 9명을 태운 채 최대 10시간 동안 8300㎞를 비행할 수 있다. 올해 초까지 50여대를 도입한 미국 해군은 앞으로 50여대를 추가 도입해 기존 P-3C 해상초계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인도 해군은 P-8A 총 12대를 도입할 계획이며 현재 8대를 인수했으며. 호주 해군도 12대 중 4대를 넘겨받았다. 영국과 노르웨이 해군은 각각 9대, 5대를 구매했다. 
사브의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해상 초계비행을 실시하고 있는 상상도. 사브제공
이번에 해상초계기를 처음 만드는 사브가 한국에 제안한 소드피시 해상초계기는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다. 항공전문가들은 P-8A의 대당 가격을 3500억원, 소드피시는 2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드피시는 연료를 한 번 공급받으면 승무원 7명이 탑승한 채 최대 12시간 동안 9600㎞를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기체 외부에는 최대 6발의 어뢰나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360도 감시가 가능한 첨단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할 예정이어서 해상전투와 정찰, 특수부대 지원, 장거리 수색구조에도 투입할 수 있다.

사브는 낮은 가격과 더불어 한국과의 공동생산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브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사브의 해상초계기를 선정하면 도입 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공동생산할 수 있다”며 “(사브와 한국이) 6대 이상의 해상초계기를 공동생산하면 향후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상초계기를 생산해 한국 내 수요를 맞출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잠수함 위협이 지속하는 데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성상 해난 사고가 많은 해양경찰의 항공작전 수요까지 고려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설욕 꾀하는 보잉 VS 아시아 진출 야심 사브

보잉과 사브 입장에서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이다.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 F-15K 전투기와 E-737 조기경보통제기 등을 판매하며 한국 무기시장을 지배했던 보잉은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의 공세로 주요 무기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2013년 9월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F-15SE가 선정됐으나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로 후보기종이 바뀌었다. 2015년 6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에서도 군 안팎의 예상을 깨고 유럽 에어버스의 A330 MRTT에 밀려 탈락했다. 2013년 육군의 공격헬기 사업에서 승리해 AH-64E 36대를 납품한 것이 전부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보잉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무기시장에서 예전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국과 인도, 호주, 노르웨이가 운용중이거나 도입을 결정해 성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한국에서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해상초계기 도입을 검토중인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8A 해상초계기 조종석은 디지털 계기판으로 구성되어 조종사의 비행 편의와 안전성을 높여준다. 미국 해군 제공
미국 해군 무장사들이 P-8A 해상초계기에 어뢰를 탑재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P-8A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미 정상은 회담에서 정찰자산을 포함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 무기 구입에 합의한 바 있다. P-8A는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UAV)처럼 도입이 결정되지 않았고, 조인트 스타즈(JSTARS)처럼 미국이 판매를 꺼려하는 무기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9일 한국의 첨단 전략자산 획득과 관련해 “앞으로 이야기될 것은 P-8 항공기(P-8A 해상초계기 의미)정도가 될 수 있다”며 “한국도 결정을 해야 하고 미국도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사브 입장에서도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미국제 무기를 많이 사용하는 시장으로서 유럽 방산업체가 뚫기 힘든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 좋지 못한 동남아나 100%에 가까울 정도로 미국제 무기만 고집하는 일본, 대만보다는 시장 접근성이 좋다. 고도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반도에서 주력무기로 채택됐다는 ‘프리미엄’을 앞세우면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파는 것도 용이해진다. 우리 해군이 유럽제 AW-159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자 필리핀도 같은 기종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를 한국에 판매할 경우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동남아에 추가 판매도 기대할 수 있다.
사브의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적 잠수함을 탐지, 추적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브제공
무기 도입이 미국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사브에게는 긍정적 요인이다. 우리 군은 오랫동안 수십조원 규모의 미국 무기를 비싼 값에 구매했지만 핵심기술 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독자적인 무기개발을 통한 군 전력 증강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유럽 방산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다. 유럽 무기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 규격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미군과의 상호운용성도 높아 작전 운용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한미 동맹에 따른 연합작전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국방과학기술 발전과 국내 방위산업 진흥도 함께 고려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을 주도할 방위사업청은 이달까지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해 이르면 연말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사업방식을 확정한 후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북한 잠수함이 먼바다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저지할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을 둘러싼 보잉과 사브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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