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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vs인공지능 스타대결] 송병구 "게임 속 인공지능보다 못했다…시간 많이 필요해보여"

입력 : 2017-10-31 20:15:50 수정 : 2017-10-31 2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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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펼쳐진 '인간 vs AI 스타크래프트 대결'. 인공지능이 일반인 참가자를 제압하고 있다. 출처=세종대 페이스북

“MJ봇 말고는 컴퓨터(게임 속 인공지능) 보다 못했다. 인간을 이기기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는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강당에서 펼쳐진 “인간 vs 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AI(인공지능)를 상대로 4대0의 스코어로 압승하며 이렇듯 평했다. 이날 세종대가 개발한 테란 종족의 MJ봇을 제외하고 호주의 ZZZKBOT, 노르웨이의 TSCMOO, 페이스북의 CherrPi 등 저그 종족 AI봇들은 극단적인 전략을 선택하며 대부분 5분도 안 돼 송 선수에게 패배를 선언했다.

저그 종족 AI가 선택한 전략은 모두 ‘4드론’이었다. ‘4드론’은 스타크래프트 전략 중 가장 빨리 공격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초반 전략으로 첫 공격에 승기를 잡지 못하면 상황이 불리해지는 ‘모 아니면 도’식의 전술이다. 송 선수는 이를 능수능란하게 막아냈고 AI들은 허무하게 ‘GG(패배)'를 선언했다. 테란 종족을 선택한 MJ봇도 섬세한 컨트롤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10여분만에 패배했다.  
31일 덤덤한 표정으로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임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 출처=세종대 페이스북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경기에 출전한 ‘스타크래프트 AI’가 아직 구글의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며 판단하는 능력(딥러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J봇을 개발한 세종대 김경중 교수는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달리 정찰, 빌드, 전투, 확장, 생산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복잡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2~3가지의 시나리오에서 경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대로 AI봇들은 정해진 맵에서 같은 전략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출전한 AI봇들은 ‘AI와 AI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통해 성장해왔는데 ‘4드론’, ‘바이오닉’ 등 초반 전략의 승률이 좋아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중에는 유닛이 머뭇거리거나 일꾼이 일을 안 하는 등 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일부 허점도 연출됐다. 이에 실시간 중계로 경기를 보던 ‘누리꾼’들은 “아직 실망스럽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이 실행되고 있는 컴퓨터. 사진=안승진 기자

프로게이머에겐 완패했지만 충분히 스타크래프트 AI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AI는 스타크래프트 하수, 중수로 참여한 일반인을 상대로 6대1로 승리하며 강점을 보여줬다. 섬세하진 않았지만 유닛 하나하나가 동시에 컨트롤 된다는 점에서 AI는 일반인 플레이어에게 큰 위협이 됐다. 특히 하수로 참여한 이승현(세종대 1학년) 학생과 노르웨이 TSCMOO봇의 대결에서는 공격유닛인 ‘뮤탈리스크’ 수십 마리가 함께 컨트롤되며 적을 제압해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이때 AI의 APM(Actions Per Minute·분당 대응 속도)은 2만을 넘었다. 일반적인 프로게이머의 APM이 300~400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다.

송 선수는 게임 후 “사람과 게임하는 느낌은 났지만 섬세한 부분이 부족했다”며 “직접 만들다보니 한계가 보였는데 개발과정에 프로게이머들이 참여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김 교수도 “우리의 1차 목표는 래더 1500점(중수 수준)정도였다”며 “현재 알파고가 바둑에서 보여준 학습능력을 스타크래프트 게임 내내 적용시키는데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울 수 있지만 이제 ‘첫걸음’이며 (기존 AI간의 대결과 달리) AI가 어떻게 인간을 이길 수 있을지에 방향을 맞춰 고민해 봐야하는 상황이다”라고 경기결과를 평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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