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의 우려대로 최근 인선된 4강 대사들은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외교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노영민 주중대사는 지난달 외교부 기자간담회에서 “이마트는 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에 철수가 결정됐다”며 “롯데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싸운 고리가 대중국 투자실패였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발언 내용으로만 보면 중국대사의 말이라고 해도 곧이 믿을 판이다.
주일대사로 부임할 이수훈씨는 경남대 교수로서 참여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러시아 대사관 법률 자문을 맡은 인연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은 경력이 전부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경제학자이다. 보은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인물들로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안보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안보위기를 극복하려면 4강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느 한 곳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일본은 중요한 동맹, 한국은 파트너”라고 했다.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일본의 위성 감시체계에 의존해야 하는데 한·일 관계는 파탄 지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다져놓은 대중 외교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러시아도 북한 편만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외무고시 출신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외교 문외한’ 발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외시와 비외시로 편을 가르고 정치 성향을 중시하는 ‘코드 인사’가 남발하게 되면 자질과 능력에 따른 최적 인사는 어려워진다. 한국 외교에 대한 걱정은 반 전 총장만의 심정이 아닌 듯싶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