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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 착한기업 대명사 된 ‘오뚜기’… 비정상이 정상 된 풍조 경종

입력 : 2017-10-11 14:17:10 수정 : 2017-10-11 14: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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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법 적용·지도층 솔선수범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에 함영준(58) 오뚜기 회장을 초청했다. 삼성, SK, 현대, 롯데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참석한 자리에 재계 순위 100위에도 들지 못하는 오뚜기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오뚜기가 네티즌들로부터 ‘갓뚜기’라 불리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갓뚜기는 신을 뜻하는 ‘갓’(god)와 오뚜기를 합친 합성어다. 라면업계가 툭하면 원자재값 인상을 핑계로 라면값을 올릴 때 오뚜기는 동결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할 때 오뚜기는 전체 직원 중 정규직 비율이 98.84%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나온 찬사다. 이밖에도 기부와 각종 미담이 합쳐져 ‘착한 기업’의 전형이 됐다.

오뚜기가 갓뚜기라 불리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투명한 경영 승계와 정직한 상속이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 함영준 회장은 회사 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1750억원 5년에 걸쳐 성실히 분납하기로 했다.

이 부분에서 갓뚜기라는 찬사를 마냥 웃으며 볼 수 없다. 상속세를 내고 상속을 받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한국 최고의 대기업 후계자가 상속세로 단 몇십원을 내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뿐만 아니라 무수한 대기업들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를 줄이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기업 부패의 일상화다. 이선중 서울시립대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느 샌가 우리 사회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빽 없어서 서러워? 그럼 너도 빽 찾아’ 식의 부패가 만연했다는 얘기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 기업 오너 등 사회 지도층들의 솔선수범이 필수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 엄격한 법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는 “시행 1년을 맞는 ‘김영란법’은 한국 부패 문화 근절의 역사적인 한획을 긋는 법이 될 것이다. 부작용을 보완해가며 부패 문화를 바꾸는 이정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부패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이 필수다.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 부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처벌받더라도 부패한 게 정직,공적한 것보다 낫다’라는 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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