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훈의 스포츠+] 전설의 유니폼 넘버, 45번의 주인공…①'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 219승 100패 기록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받고 있는 대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1971년 10월 25일생)는 도미니카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통산 476경기에 나와 219승 100패를 기록, 역대 통산 다승랭킹 79위에 불과하지만 투수랭킹에서 톱10안에 무조건 드는 어머무시한 대 투수이다.
메이저리그가 투수 마운드 높이를 15인치(38.1㎝)에서 10인치(25.4㎝)로 낮춘 1969년 이후 마르티네스는 가장 위력적인 투수로 꼽히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1903년부터 마운드 높이를 15인치로 규정해 지켜 오다가 1968년 한 시즌 팀 최다득점이 4.5점(신시내티)에 그치고 타율 0.301로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경기자체 재미가 떨어지자 10인치로 낮췄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마운드 높이가 10인치로 낮아진 1969년 이후 데뷔한 투수 중 200승-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일한 인물이다.
또 200승-평균자책점 2점대-탈삼진 3000개를 달성한 사상 4번째(월터 존슨-밥 깁슨-톰 시버)투수이자 역시 1969년 이후 데뷔한 투수 중 유일한 선수이다.
◇ 조정 평균자책점 역대 선발투수 1위, 통산 승률 역대 2위, 통산 출루허용률 역대 최저
마르티네스는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통산 조정 평균자책점(154)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자책점 100이상이면 평균 이상 투수, 100이하면 평균 이하의 투수라는 의미이다.
마르티네스의 154는 메이저리그 투수평균보다 1.5배 이상 우수하다는 엄청난 기록이다.
2위 417승의 월터 존슨(147), 3위 354승의 로저 클레멘스(143)와 비교할 때 그의 위대함이 들어난다.
조정 평균자책점 역대 1위는 206의 마리아노 리베라이지만 마무리 전문이기에 마르티네스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마르티네스는 1900년 이후 200승 이상을 거둔 투수 중 통산 승률에서 1950~60년대 뉴욕 양키스 에이스 화이티 포드(0.690)에 이어 0.687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화이티 포드가 15인치 마운드에서, 막강 타선의 뉴욕 양키스에서 뛰어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르티네스의 승률이 더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마르티네스는 투수능력을 살펴보는 또 하나의 기준인 출루허용률(WHIP)에서도 타의 추정을 불허하고 있다.
마르티네스의 이닝당 출루 허용율은 1.054는 200승이상 투수 중 단연 최고다.
2위 크리스티 매튜슨(1.058) 3위 월터 존슨(1.061) 4위 모데카이 브라운(1.066)은 너덜너덜한 볼로 타자들을 애먹였던 데드볼 시대 투수들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또 마르티네스 9이닝당 탈삼진 10.04개로 랜디 존슨(10.61개)에 이어 역대 랭킹 2위이다. 100승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 10개를 넘는 투수는 이들 두명 뿐이다.
마르티네스의 탈삼진/볼넷 비율(4.15=삼진 4.15개를 뺏을 때 볼넷 1개 허용)은 1900년 이후 등장한 투수 중 커트 실링 실링(4.38)에 이은 역대 2위다.

◇ 도저히 인간이 아니기에 붙여진 '외계인'이라는 별명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별명은 '외계인'이다. 도저히 인간일 수 없는 위력과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기엔 '약물시대'에도 불구하고 약물에 의존한 적 없었고 왜소한 체구(프로필상 180cm, 이보다 더 작다는게 정설이다)에 무서운 볼을 뿌린 그를 칭찬하는 뜻도 담겨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 형태의 투수로 다양한 구종의 볼을 다양한 속도로 뿌려댔다.
패스트볼은 95~97마일(153~156km)로 정상급이었으며 94~95마일 포심, 90-92마일 투심, 80마일 후반의 슬라이더, 80마일 초반의 서클체인지업, 70마일 후반의 슬로 커브 등을 구사했다.
특히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길었던 중지를 이용한 역회전 서클 체인지업은 얼음판을 미끌어지듯 들어와 타자들을 혼냈다.
서클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폼으로 던지면서 15마일차의 속도, 뱀처럼 휘어져 역대 최고의 마구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다.
◇ 역대급 시즌은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18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보냈다. 그중 보스턴 레드삭스 때인 1999년(23승)과 2002년(20승) 20승 고지를 밟았지만 가장 위력을 떨친 순간은 2000년이다.
선발로 29차례 나와 18승 6패 평균자책점 1.74, 조정평균자책점 285, 피안타율 0.167, 삼진 284개를 뽑아냈다 .
특히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이닝당 볼넷과 피안타 합친 것) 0.74는 메이저리그 사상 역대 랭킹 1위(단일시즌)에 올라 있다. 1이닝당 타자를 0.74명만에 내보지 않은 것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마르티네스는 단 2경기에 나섰던 데뷔 첫해인 1992년(WHIP 0.88)을 포함해 모두 5차례 1미만의 WHIP를 기록했다.
피안타율(0.167)역시 1968년 루이스 티안트가 세웠던 라이브볼 시대 최고 기록(0.168)을 경신한 위대한 성적이었다.
◇ 페드로 마르티네즈 기록
*409선발 219승 100패(다승 역대 79위) *평균 자책점 2.93 *통산 탈삼진 3154삼진(역대 13위)
*올스타 8회 *사이영상 3회 *다승왕 1회
*평균 자책점 1위 5회 *삼진왕 3회
*월드시리즈 우승 1회(2004년) *영구결번(45번 보스턴 레드삭스)
*명예의 전당 1회(1차 자격 2015년 91.1%득표)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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