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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그래도 지구 나이는 6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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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1 23:13:44 수정 : 2017-09-11 23: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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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 후보자가 자격 논란에 휩싸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어보지도 않고 불문곡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위공직자의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보라고 만든 장치가 인사청문회다. 문제가 있으면 인사청문회를 열어 사실의 진위를 가리고 본인의 해명을 들어본 뒤 책임을 묻는 것이 올바른 인사 절차다. 결론부터 정해놓고 한 가지를 열 가지로 부풀리고 흰 것을 검은 것으로 몰아가는 우리 정치 풍토에선 더더욱 필요한 절차다. 노무현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퇴 공세에 시달리자 노 대통령은 “진상을 조사하지도 않고 책임부터 먼저 묻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반문명”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청문회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창조과학에 대한 생각이다. “신앙을 근본으로 한 창조과학이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말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지만 신앙적 측면에서는 믿고 있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뜻인데,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했으니 지구의 나이는 창조과학이 주장하는 6000년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지구 나이는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가 다르다”고도 했다.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자의 주장에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도 “창조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전문가들에게 입증된 부분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창조과학은 전문가들에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데도 그렇게 답변한 것을 보면 창조과학에 기울어 있음이 분명하다. 논란을 의식해 두루뭉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도 자신의 신앙적 믿음을 감추지 않았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므로 박 후보의 소신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창조과학적 사고를 갖고 있는 인사가 공직을 맡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모든 논란의 책임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의 진위를 가리고 당사자의 해명도 들었다. 이제 문 대통령의 결정만 남았다. 창조과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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