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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EPL 유니폼 절반은 도박광고…영국 내 도박중독도 심각

입력 : 2017-09-06 14:00:00 수정 : 2017-09-06 15: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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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리그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도박광고들. 출처=데일리메일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도박으로 물들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팀 유니폼에 새겨진 광고 중 45%가 도박사이트라 자국민에게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영국매체 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들은 EPL의 17-18시즌 20개 팀 중 9개 팀이 도박사이트를 가슴에 새기고 축구경기를 뛰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처음 EPL 유니폼에 도박사이트가 등장한 것은 ‘02-03시즌’ 풀럼FC가 도박사이트 벳페어(Betfair)와 후원 계약을 맺었을 때부터다. 그 이후 해마다 도박사이트 후원은 증가해 지난해 16-17시즌에는 EPL팀의 절반(50%)이 도박사이트를 유니폼에 새겼다. 지난 시즌 승격 후 여름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더즈 필드와 뉴캐슬은 각각 도박회사들과 새로운 후원계약을 맺었다.

1992년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유니폼에 새겨진 후원업체는 대부분 맥주와 가전제품 업체였지만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현재 그들은 사라지고 도박회사가 자리했다.

시즌별 프리미어리그 내 도박업계 유니폼 광고 비중 변화. 출처=데일리메일

◆ 축구 강국 영국, 이제는 도박의 강국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도박위원회(Gambling Commission)는 영국 내에 200만명이 도박중독 상태거나 중독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영국 온라인 상에서 펼쳐지는 경마수입이 축구수입을 초과했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다.

현재 17-18시즌 EPL을 후원하는 도박사이트들의 유니폼 후원금은 5000만 파운드(한화 739억)에 달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도박업계는 2012년 이래 총 14억 파운드(한화 2조 719억)를 광고 용도로 사용했다. 그중 4억 3000만 파운드(한화 5363억)는 생중계되는 스포츠 도박 광고에 사용됐다. 금액의 수치도 2012년 6400만 파운드(한화 947억)에서 지난해 1억 2700만 파운드(한화 1879억)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EPL 유니폼 후원으로 회사로고를 가슴에 새기게 되면 전세계 해외시장에 회사를 알리는 상당한 기회가 된다. 이는 영국 기업과 해외 기업 모두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우리 기업 삼성도 2005년에서 2015년까지 첼시FC를 후원해 유니폼에 회사명을 인쇄했고 넥센타이어도 올 3월부터 맨체스터시티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유니폼 소매에 이름을 새겼다.

◆ 영국 내에선 도박 광고에 대한 대책 고민 중

영국 정부는 자본을 앞세운 도박사이트들의 스포츠 후원이 잇따르자 지난 2014년 도박법을 통해 영국 내 스포츠팀을 후원하는 업체는 영국 내 면허를 얻어야 하며 자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에 대해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러 도박 사이트들은 EPL후원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최근 영국에서는 ‘TV에서 하는 도박광고’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며 논쟁이 오가고 있다. 

영국 스폰서 컨설턴트인 나이젤 커리는 “TV에서 하는 라이브 스포츠를 볼 때 항시 도박광고주가 있는 것은 충격이다”라며 “축구클럽이나 방송사는 스폰서에 대한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 도박회사에 전화를 거는 게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EPL 팀 볼턴FC의 유니폼에 새겨진 도박광고.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최대 도박사이트 윌리엄힐(William Hil)의 최고경영자(CEO) 필립 보우콕은 “나는 10대 자녀를 두고 있어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며 “광고 수준에 대한 제재나 일종의 비판에 대해 동조 한다”고 밝혔다.

역시 도박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호주는 지난 5월부터 스포츠경기 시작 5분 전부터 종료 5분 후 또는 오후 8시30분 이후까지 경마를 제외한 도박 광고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영국 도박 산업 컨설팅 회사인 GBGC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호주의 1인당 도박 탕진 금액은 한해 8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세계 1위로 호주 내에선 도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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