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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포크록그룹 ‘동물원’ 멤버인 배영길은 현재 시나리오 작가, 유준열은 수입업체 대표 , 박기영은 실용음악과 교수(왼쪽부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30년을 기다려준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포크록그룹 ‘동물원’ 멤버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동물원은 1988년 1집 ‘거리에서 / 변해가네’로 데뷔했다. 김광석, 김창기 등이 함께했었고 이후 유준열(55), 박기영(53), 배영길(54) 등 3인조로 재편돼 30년 동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0년 동안 가수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내가 음악은 물론 삶 전체에서 답을 구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런 그들이 다음달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30주년 기념 콘서트라고 하면 패티김, 조용필 같은 선배가수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요. 감흥이 없었죠. 하지만 저희도 같은 경우가 되니까 선배들이 (오랫동안 가수활동을 하며) 이뤄낸 것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도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요. 30년을 기다려주신 팬들이 있어서 매번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어요.”

동물원은 1990년대 청춘의 꿈과 사랑, 그리고 일상을 대변하는 소박한 서정미 가득한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8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과 2집이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21위와 43위에 각각 올라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마치 주제가처럼 반복적으로 흘러나온 ‘혜화동’을 비롯해 축가로 많이 불리는 ‘널 사랑하겠어’와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변해가네’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후배가수들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돼 불리고 있다.
“저희가 처음 노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순정만화 속 주인공같이 극화된 가사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때로는 평범하다 못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죠.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사랑받는 것 같아요.”
‘혜화동’에 대해서는 “제일 무심하게 만든 곡”이라고 했다.
“‘혜화동’은 2집 LP판 B면의 마지막에 담겼던 곡이에요. 그러다 보니 녹음도 설렁설렁했고 힘도 빼고 불렀어요. 이렇게 알려질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발표 당시 히트한 것도 신기한데 28년이 지나서 다시 인기를 얻으니까, 특별한 운명을 가진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끼리는 ‘관 뚜껑을 열어 시체를 꺼내 소생시켜 줬다’고 해요. 이렇게 뜰 줄 알았으면 당시 그렇게 녹음 안 했을 건데 아쉽네요.”

동물원 멤버들 중 전업가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유준열은 현미경 수입 판매업체 대표이고, 박기영은 실용음악과 교수, 배영길은 시나리오 작가다.
“음악을 좋아하는 술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음악을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래를 만드는 재주도 있었죠. 노래를 만들어서 서로 들려주며 노는 게 낙인 친구들이었어요. 그러던 중 산울림 김창완 선배를 알게 되면서 ‘동물원’으로 데뷔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전업가수가 되지는 않았어요. 음악으로 성공해 음악인으로 살자는 목표가 있지 않았거든요. 그런 강박에 시달리는 순간 그때부터 음악활동을 하기 힘들 거 같았어요. 전업가수였다면 30년을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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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데뷔 30주년 콘서트 기념 와인. |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30년이란 세월을 견뎌낸 팬들과 지난 시간을 함께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냥 콘서트만 하면 심심할 것 같아 재미있는 일을 하나 벌였어요. ‘동물원 데뷔 30주년 기념 와인’을 선정해 출시한 거죠. 콘서트도 오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30년을 묵힌 와인을 열어 한 잔씩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하우스 콘서트 느낌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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