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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비디오게임 즐기는 남성들

입력 : 2017-08-26 13:44:42 수정 : 2017-08-28 0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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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0조 7223억원으로, 지난 2006년 한 차례 위기를 맞은 후 지금까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PC, 모바일, 온라인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비디오 게임(이하 콘솔)은 1.6%에 그친다.

모두가 온라인·PC·모바일 게임을 외칠 때, 콘솔을 고집하는 1% 남성들. 그중에서도 30대~40대 중년들은 “지난 추억을 즐긴다”고 말한다. 
지난 3월 콘솔 게임기 판매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들은 게임기를 사러 이날 오전 6시부터 이곳에서 기다렸다.
■ 대한민국 1%, 게임계 큰형님의 추억
콘솔에 대한 추억은 대략 20~2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30대~40대 남성(이하 중년으로 표시)들이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온라인게임과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시기로, 당시 청소년이던 이들은 일본 S사, N사 등이 만든 콘솔 게임을 하며 자랐다.

중년들에게 콘솔은 기억 속 친구 같은 존재다. 사용자가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기억은 남아 S사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책벌레 모범생을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날로 발전하는 기술과 독점작 등 콘솔 매력에 빠진 20대가 합세해 용감한 30대~40대 싱글·유부남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한편 일본 콘솔은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현지는 물론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성공에는 기술의 발전과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 그리고 정품구매를 당연히 여기는 의식이 뒷받침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15년 국내 게임시장 분야별 비중. 콘솔 게임은 1.6%다. (자료= 한국콘텐츠 진흥원)
■ 전설이었던 콘솔 게임 왜 사라졌나?
콘솔의 몰락은 초고속 인터넷과 PC 보급, 스마트기기 확산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급속히 진행된 한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아 ‘도심 속 등대’라고도 불리는 게임사 임직원들의 밤샘·야근과 오늘도 생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게임방 알바, 사장님들이 그 속도를 높였다.

그 후 1998년 4월 9일.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으로 콘솔은 온라인 게임에 왕좌를 내주고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게 된다.

또 ‘복돌이’도 이러한 몰락의 주역이다. 복돌이란 말은 정품을 구매하지 않고 불법복제를 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학생 신분에 용돈을 받아 쓰던 지금 중년들은 불법 복사된 CD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게임을 즐겼다. 그 결과 게임 개발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한국 땅은 콘솔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한다.

한편 이러한 시련과 스타 등 해외 게임의 성공사례를 접한 한국 게임개발사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정액요금제, 아이템 구매 시스템 도입 등으로 위기와 정면으로 맞서 지금에 이른다. 리니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 모두가 온라인·PC·모바일 게임을 외칠 때, 그들은 왜?
이들이 콘솔을 고집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그중에서 몇몇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지난 추억, 못 이뤘던 꿈, 게임 이용에 대한 자유로움을 꼽는다.

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글과 몇몇을 만나 얘기 들어보면, ‘지난 추억’은 앞서 이들 중년이 콘솔을 즐기며 성장한 것에서 비롯되며, ‘못 이뤘던 꿈’은 당시 학생 신분으로 부모의 허락 없이 콘솔을 구매해 즐기는 것 자체가 금지된 사연이 자리 잡는다. 이에 그들은 “힘들게 고생한 날 위해 이 정도 보상은 필요하다”며 여유가 생긴 지금 학창시절 못 이룬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또 ‘게임 이용에 대한 자유로움’에 관해서는 게임업체가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이유가 가장 크다. 온라인 게임은 파티시스템을 적용하여 게임 세상 다른 사용자들과 협력도록 하고, 이와 함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혼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레벨을 올리거나 재미 요소가 느리고 덜하며, 경쟁에서도 뒤처져 결국 파티를 찾게 되는데, 직장·사업 등으로 바쁜 중년에게는 의지만으로 가까이하기에 멀고 힘들다.

이밖에도 10대~20대 젊은 층과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비롯하여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과 몸이 생각을 따라주지 못한 결과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점도 한몫한다. 이는 온라인이든 콘솔이든 같지만 콘솔은 서툴러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어 이들에겐 매력이다.

그래서 1% 중년들은 모두가 온라인·PC·모바일 게임을 외칠 때 콘솔 게임한다.
연령별 콘솔 게임 이용률. 30~40대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한국콘텐츠 진흥원)
한편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중년들은 이러한 격차를 경제적인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10대 20대보다 경제적 여유가 많은 이들은 수십 만원에 이르는 게임 아이템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가 하면 알바를 채용하거나 캐릭터 위탁육성 업체를 통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게임 속 캐릭터를 강하게 육성한다. 리니지1, 2가 그 대표적인 예로 아이템 현금거래, 대리육성, 아이템 작업장 등이 여기서 나왔다.

■ 서민 세트=150만원, 게임=장당 5~20만원 “나를 위한 보상” & "용서가 허락보다 쉽다"
콘솔 사용자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부담을 빼놓을 수 없다.
최신기종 콘솔 게임기의 경우 5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으며, 최신게임은 5만원에서 한정판(초회판)은 2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4K UHD(4k Ultra High Definition)’을 지원하는 고급사양 TV 중에서도 ‘HDR(High Dynamic Range·밝기가 다른 사진을 연속 촬영 후 밝고 어두운 부분이 모두 잘 나온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탑재된 최고급 사양 TV가 필요하다.

TV 가격만 최소 100만원부터 시작하고 클수록 비싸져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지만, 중년들은 이를 ’서민 세트‘로 규정한다.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게임과 레이싱, 댄싱, 슈팅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여기에 약 150~200만원 더 든다.

구형기기와 TV만 있어도 즐길 수 있지만, 게임계 큰형님들은 “이 정도는 무리 없다”는 생각이다. 
‘중년이 콘솔 시장을 지탱한다‘는 말은 그 수와 이들의 투자와 소비를 보면 과언이 아니다.
집에 게임 전용 방을 만든 남성. 빨간색 원은 남성이 갖춘 기기를 표시한다. TV를 제외하고도 약 200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레이싱 게임을 즐기기 위해 '서민 세트'와 레이싱 전용 컨트롤러, 시트를 집에 들인 남성. 가장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즐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 유부남들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특히 용돈 받아 생활하는 유부남이 그렇다.

일부 용감한 유부남들은 "용서가 허락보다 쉽다"며 ‘선지름 후보고’ 체계로 장비를 손에 넣어 지난날 못다 한 꿈을 이루지만, 실상은 허락도 쉽지 않아 집안 내 가장의 권위가 낮은 경우 아내의 구박을 받거나 심할 경우 폭행과 용돈마저 깎이는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한편 모임에서 한 유부남은 “게임 타이틀을 사고 싶어서 6개월간 모아둔 용돈을 아내가 발견해 모두 압수당했다”는 사연으로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개중에는 우스갯소리로 “이혼당할 뻔했다”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콘솔 게임의 한 장면.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환경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든다. (사진= 게임 화면 캡처)
중년 세대를 ‘낀 세대’라고도 부른다. 그들이 1·20대 젊은 문화나 5·60대 노년층 문화에 어울리기 어색한 중간쯤에 위치해서다.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로 그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낸 결과 ‘중년들이 즐길 문화가 없다’는 의견과 지친 일상을 술이나 휴식으로 달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받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짧게나마 게임이라는 추억 속 친구와 만나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고, 때론 정의를 지키는 영웅으로 때론 인기스타가 되기도 한다.

기사는 게임을 즐기는 중년을 소재로 했지만 게임 외에도 취미나 즐기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 이들처럼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한 작은 행복을 찾으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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