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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15일 이병철 회장이 한국비료 국가헌납을 발표하고 있다. |
◇ 삼성그룹 총수 재판사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진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상태서 재판을 받은 것도,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에 들어간 것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일하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구속된 적은 없다.
고 이병철 창업주 3남인 이건희 회장은 두차례 재판에 넘겨졌지만 모두 불구속 기소였고 집행유예→사면의 절차를 밟아 단 하루도 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1월 19일엔 구속영장이 기각돼 위기를 넘겼으나 2월 17일 영장이 발부 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고 8월 25일 징역 5년의 중형까지 떨어져 실형살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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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 밀수사건과 관련해 삼성 이병철 회장의 차암 이창희씨 구속기소를 알리고 있는 1996년 10월 7일자 동아일보 1면. |
▲ 사카린 밀수 책임지고 창업주 이병철 회장 차남이 옥살이
삼성그룹 첫번째 위기는 1966년의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는 미쯔이 물산에서 상업차관을 도입하여 울산에 요소비료공장 건설을 계획했다.
한국비료는 정부의 지불보증아래 미쯔이 물산으로부터 4200만 달러를 2년 거치 8년 상환, 이자율 연리 5.5%의 파격적 조건으로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비료는 차관 외에 사카린 원료인 OTSA와 당시엔 금수품이었던 양변기, 냉장고, 에어컨, 전화기 등을 건설자재라며 속여 들여온 뒤 되팔아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특혜를 받은 한국최고 재벌이 밀수까지 했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해 9월 22일 김두한 의원이 국회에서 똥오줌을 던진 이른바 '국회오물투척사건'까지 일어났으며 김 의원은 9월 24일 구속됐다.
김 의원이 던진 오물은 똥오줌이 아닌 카레 색소를 물에 탄 것이었다.
10월 5일에는 '사상계' 장준하 사장이 민중당 대구 유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밀수 두목'으로 지칭, 큰 파문이 일었다. 장준하 사장도 10월 26일 구속됐다.
파장이 확산되자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난다고 발표, 위기를 모면했다.
삼성 경영은 장남인 이맹희가 맡았고 차남인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책임을 지고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병철 회장은 15개월 뒤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잠시 경영을 맡았던 이맹희 회장은 아버지 눈밖에 났고 차남 이창희씨도 '청와대 투서'사건 등으로 삼성그룹에서 배제됐다.
한편 국가에 헌납된 한국비료는 1994년 삼성정밀화학, 2016년 롯데정밀화학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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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비자금 사건 등의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2대 이건희 회장, 1996년과 2009년 집행유예 확정받았으나 모두 사면 돼
1976년 삼성그룹 후계자로 지명된 이건희 회장은 지금까지 3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그 중 두차례 기소됐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불구속 기소돼 1996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10월 사면됐다.
2005엔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검찰에 대한 금품 제공을 논의한 녹음파일이 시중에 공개돼 큰 충격을 던졌던 이른바 'X파일'사건이 일어났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었으며 서면 조사만 받은 뒤 무혐의 처분됐다.
2007년엔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지시로 금품 로비를 하고 자신 명의의 비밀계좌로 50억원대의 비자금이 관리됐다"고 폭로했다.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 삼성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조사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수사선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소환됐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이건희 회장은 배임·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9년 8월 14일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 집유 4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은 그해 말 특별사면됐다.
▲ 3대 이재용 부회장, 세번째 고비 못넘고 구속돼
이재용 부회장은 2005년 검찰 수사를 무사히 넘겼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히는 바람에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430억원대 횡령 및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 1월 18일 구속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1월 19일 영장이 기각돼 살아나는 듯 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총력전을 펴 다음달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 2월 17일 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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