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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두 전직 대통령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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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4 23:38:18 수정 : 2017-08-24 23: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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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길 들어선 문 대통령 / 국민 직접정치는 명암 엇갈려 / 지지자 배신한 노무현의 반전 / 비전과 현실 균형 잡아야 성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회견에서 직접민주주의 사례로 촛불시위와 댓글정치를 거론하며 “(향후 국정운영을) 국민들 집단지성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것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운동권 참모와 ‘노사모’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밤새 댓글을 쓰곤 했다. 문 대통령도 운명처럼 그 길을 뒤따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일은 ‘노무현 시즌 2’다. 청와대와 내각에 즐비한 노무현정부 사람과 시민단체 출신들, 미·중 사이에 낀 채 북한에 손을 내미는 언행들은 똑같다. 국회를 뛰어넘어 국민과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모토도 마찬가지다. 그때보다 자신감이 더한 것 같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막강한 지지율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70% 이상의 지지율 힘으로 취임 100일을 헤쳐왔다. 그간 비정규직, 탈원전, 최저임금제, 사드, 대북정책, 온갖 건강 복지 정책이 쏟아졌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개미는 협업을 통해 개미집과 같은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여론조사를 자주 해 국민 관심사를 정확히 알아내고 정책 참고자료로 쓰면 효과적이다. 더구나 국회는 여소야대다. 야당과 협치하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나 발목이 잡히면 고달프다. 여론정치로 국회를 압박하는 것은 충분히 이문이 남는 장사다. 그러나 방심할 일이 아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함정은 위험천만하다.

가깝게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자자와의 직거래를 자주 시도했다. 공개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하는가 하면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달라”고 지지자들을 현실정치로 불러냈다. 국회를 향해서도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이 정도 되면 소통이 아니라 선동의 수준이다. 결속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그 함정에 빠졌다. 콘크리트 같다던 ‘박사모’와 ‘태극기부대’, ‘60대 이상 고령자’들도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불상사는 예고되지 않는다. 살충제 달걀 파동의 대처 과정에서 문재인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양계농민들은 자신들이 적폐로 몰리는 것에 분개했다. 와중에 코드인사인 류영진 식약처장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적 불쾌 지수를 높였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 공론화위는 오늘 1차 조사를 시작한다. 10월 말쯤 조사결과가 나올 텐데 찬반이 팽팽할 경우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면 다른 쪽은 등을 진다.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7년 뒤엔 교사 7만5000명이 남아돈다는데도 초·중·고교 교사와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서로 다투고,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수능개편안에 대해 찬반이 갈리고, 탈원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고자 해도 주민들의 반발 민원으로 사업 중단이 잦은 게 현실이다. 문재인정부는 이제 본격 시험대로 오른다.

한 뿌리인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달리 지지율 관리에 능숙하지 못했다. “사진이나 찍으러 가는 구차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그다.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일까. 노 전 대통령은 반전이 있었다. 지지자들을 ‘배신’한 것이다.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실망은 컸다. 반재벌주의자였지만 노동정책도 균형을 지키려 애썼다. 우군인 노동계가 “참여정부에서 구속되거나 희생된 노동자 수가 문민정부의 두 배”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이런 것들은 문 대통령이 무겁게 새겨야 할 포인트다.

미국의 헨리 키신저는 “비전이 현실보다 앞서나간다면 권력(지지율)을 잃게 되고 지나치게 관습적인 것(지지자의 요구,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매달리면 리더십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했다.(딕 모리스, 신군주론) 전자인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을 잃고 중요한 국가정책을 건졌다. 지지자에게 매달린 박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무엇보다 성공하려면 비전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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