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이곳에서 이들의 친구·엄마가 되어준 이들이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레트다. 두 사람은 수녀로 알려졌지만 간호사였다. 당시만 해도 전염병으로 잘못 알려진 탓에 한국인 간호사·의사는 환자와 떨어져서 장갑을 끼고 진찰하던 때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환부를 직접 만지고 진물을 닦아주는 등 환자를 가족처럼 돌봤다. 2005년 11월21일 두 사람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고국으로 떠났다. 나이가 들자 섬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이들이 챙긴 것은 여행가방뿐이었다. 올해 여든셋, 여든둘 고령인 마리안느와 마가레트는 각각 얼마 전 대장암과 조기 치매를 앓기도 했지만 최근엔 건강이 양호하고 “소록도에 머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고 한다.
정부가 두 사람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전남지사 시절부터 이들의 헌신을 알고 있던 이낙연 총리가 공식 제안하면서 다음달 추천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에는 김황식 전 총리가 내정됐다. 명예위원장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리틀엔젤스가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준 유엔 참전 16개국 등 22개국을 순회하며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위한 보은공연을 펼쳐 이들 국가로부터 ‘은혜를 잊지 않는 나라’라는 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과 같이 생활했던 소록도 성당 김연준 신부는 “두 사람에게 대한민국은 엄청난 빚을 졌다”며 “감사할 줄 아는 것이 국격”이라고 했다. 우리가 못살고 인권에 눈 뜨지 못한 때에 우리조차 외면했던 한센인을 돌본 두 사람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소록도 할매천사 노벨상 추천위 구성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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