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주행성능. 흠을 찾기 어렵다.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구동모터 등이 추가돼 무겁고 굼뜨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랜저도 하이브리드는 공차 중량이 1.675t으로 가솔린 모델(2.4)보다 무려 125㎏ 무겁다. 하지만 초반가속, 풀가속에 답답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시속 0→20㎞ 가속에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실용발진은 2.2초로, 차급 기준 경쟁 모델인 렉서스 ES300h(3초)를 많이 앞선다.
현대차 측은 “구동모터 출력을 35㎾에서 38㎾로 8.6% 증가시켰고, 6속 변속기에 특화한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부드럽게, 깊게 밟으면 순간적인 응답을 느끼도록 세팅한 킥다운 기술을 말한다. 시속 100㎞ 이상에서 60㎞, 40㎞ 이하로 급감속하거나 급제동에서 밀리는 느낌이 없고, 핸들링은 K9에 필적할 만큼 부드럽고 정확했다.
하이브리드 최대 장점인 연비와 정숙성은 탁월했다. ‘한 번 주유로 1000㎞를 끊을 수 있을까.’ 개인적인 궁금증에 세단인 만큼 스포츠모드는 접어두고 에코 모드로만 도전했는데, 970㎞ 언저리에서 아쉽게 실패했다. 누적 평균 연비는 17.4㎞/L. 제원상 복합연비(17인치 기준) 16.2㎞보다 1㎞가량 높게 나왔다.
엔진 저회전 구간의 소음∙진동을 ‘모터의 역방향’ 토크로 상쇄하는 ‘능동부밍제어’ 기술을 적용하고, 전면과 앞좌석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채택하는 등 내연기관 차량과는 한 차원 다른 정숙성도 돋보인다. 아울러 편안한 시트, 뒷좌석 공간과 승차감은 그랜저가 쌓아온 이름값을 실감케 했다.
성능과 달리 디자인에선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동승한 이들 역시 만족감보단 아쉬움을 표했다. 어느덧 국민차 수준으로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됐지만 여전히 그랜저는 치열하게 살아온 중년에게 선물 같은 모델이다. 하지만 신형은 묵직함이 떨어져 정체가 모호해진 느낌이다. 내부는 조수석 대시보드가 너무 낮아 불편했고, 아날로그 시계는 디자인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도통 쓸모를 찾을 수 없었다.
실적은 돌풍급이다. 3월 말 신형 라인업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7월 2177대가 팔리면서 이 시장의 강자인 기아차 니로(2228대)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판매량이 2500대에 육박하며 국산, 수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모델에 올랐다. 준대형 모델이 소형 SUV와 엎치락뒤치락 중인 셈이다. 판매가는 △프리미엄 3540만원 △익스클루시브 3740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970만원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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