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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몰락 9년의 기록… 최승호 PD 다큐영화 ‘공범자들’

입력 : 2017-08-10 21:12:47 수정 : 2017-08-10 2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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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질문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지난 9년 언론은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고, 그 사이 나라는 망해갔다. 공영방송을 몰락시킨 ‘주범’은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하며 공영방송을 힘으로 찍어 누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주범들이 물러난 지금까지도 공영방송 MBC와 KBS에는 봄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범’들이 여전히 내부에 남아있기 때문에….”

MBC 해직 PD 출신인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영화 ‘공범자들’은 지난 9년간 MBC와 KBS 내부에서 언론을 망친 사람들과 그에 맞서왔던 ‘저항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여의도 KBS를 장악한 경찰들의 모습으로 공영방송 몰락의 시작을 알린다. 2008년 8월8일 정연주 사장을 강제 해임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들과 이에 반대하는 PD·기자들이 대립했던 이른바 8·8사태다. 새 사장이 취임하고 그간 새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시사프로그램들이 잇따라 폐지된다. 그 자리는 낯 뜨거운 정부 홍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다음 타깃은 MBC였다.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미움을 산 상태였다. 검찰이 들이닥쳤고 PD수첩 제작진은 줄줄이 체포됐다. 이후 상황은 KBS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두 방송사 언론인들은 수차례 파업을 단행하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쳤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고 파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일부는 해직됐고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났다.
영화에서 최승호 감독은 이 전 대통령, MBC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재철 전 사장 등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그랬나요? 부끄럽지 않은가요?” 그들은 무시하거나 도망 다니며 끈질기게 대답을 피할 뿐이다.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몰락을 TV를 통해 목격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두 방송의 보도 행태는 불신을 분노로 바꿔 놓았다. ‘기레기’라는 말도 그 사이 생겨났다. 하지만 갖은 탑압과 수모, 치욕을 겪으면서도 TV 밖에서 저항을 이어간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들은 이번 영화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한다.

이 영화엔 ‘악당’과 ‘우리 편’이 나오지만 우리 편이 이기는 시원한 결말이 없다. MBC 김민식 PD는 “이 영화를 많은 관객들이 보고 공영방송 정상화에 관심을 가질 때, 악당들이 물러나는 엔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사장 등 영화의 주연들은 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결과는 11일 나오며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개봉은 17일 예정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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