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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세종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무릎을 맞댄 채 이야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2002년 6월1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한국과 미국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 사진=청와대· 노무현재단 제공 |
국정 운영의 '투톱'인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호흡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는 롤 모델로 법이 부여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국무총리를 추구했던 이해찬 전 총리를 꼽았다.
문재인-이낙연, 노무현-이해찬, 두 정부의 투톱은 닮은 듯하면서 차별화된 궁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정부의 투톱은 무릎을 맞대고 정담을 나누고, 상대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등 섬김과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비해 참여정부의 투톱은 어깨동무를 하고, 회의 중 맞담배를 피는 동지애적 호흡을 자랑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담배· 정례 회동 실세 이해찬 총리··그 배경은 노 대통령의 배려와 믿음
이 전 총리는 2004년 6월~2006년 6월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 각료제청권, 대통령과 주례 회동 등 헌법이 부여한 총리 권한을 건국 이래 가장 가깝게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총리가 총리다움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 전 대통령의 배려와 믿음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례회동뿐 아니라 주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이 전 총리와 의논했다. 이들 투톱은 논의 도중 스스럼없이 맞담배를 필 정도로 격의없이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배려는 오랜 기간을 통해 맺어진 끈끈한 동지애와 2인자로서 예의를 잃지 않고 대통령 의중을 간파한 이 전 총리의 일처리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방적인 관측이다.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서로 알아봤다.
2002년 16대 대선 때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주저 없이 이 전 총리를 택했다. 그렇기에 노 대통령의 당선 후 투톱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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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반걸음 뒤에서 안내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왼쪽 사진), 2005년 8월22일 을지국무회의장을 노무현 대통령과 나란히 들어서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모습. 사진=청와대· 노무현재단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를 국정 동반자로 예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청와대에서 이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헌법상 총리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투톱은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악수를 나누는 이른바 '하트 인사'로 상대에 대한 예도 소홀함이 없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내각 구성과 관련해 반드시 이 총리에게 의견을 묻고 정례 주례회동을 하는 등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이 총리는 "정부의 공무원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총리는 국무위원과 그에 준하는 자리 25명 정도에 대한 제청권이 있다"며 "제청한다고 해도 최종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하고 상의 없이 임명된 경우는 한명도 없었다"며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례회동에 대해선 "매주 월요일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통해 현안을 보고한다"며 "그때그때 대통령이 주는 숙제가 있는데, 쉬운 숙제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랫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참 착한 분"이라며 "여러 장점을 가진 분"이라고 펑했다.
이들 투톱은 찰떡 호흡은 지난 8일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세종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회의를 마친 후 국무위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지만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의자를 옆으로 돌려 상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눔으로써 절친한 사이임을 은연중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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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청와대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2004년 6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투톱은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이란 공통점을 보인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데 인색함이 없으며, 여론을 듣고자 과감한 소통 행보를 즐긴다.
정권 인수기간 없이 곧장 국정에 뛰어든 까닭에 내각 구성과 정책 마련 등에서 이 총리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거나 아주 깊숙이 관여한 흔적은 아직 안 보인다. 현안마다 노 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며, '총알받이'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보였던 이 전 총리와 비교하면 '조용한' 보좌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두고 나라 안팎으로 갈수록 압박이 거세지는 지금 이 총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정가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 총리는 11일 2박3일의 짧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해 다시 '쉽지 않은 숙제'에 대면하게 됐다.
정계에선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과 개혁의지를 뒷받침하면서 부처를 잘 이끌어 간다면 알고 지낸 세월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노무현-이해찬'과 같은 동지애적 관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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