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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을 코믹하게 다뤄 화제를 모았던 tvn의 '푸른거탑'에서 후임병이 '테니스병' 등 꿀보직을 나열하고 있다. 사진=tvn 캡처 |
△ 목이 터져라 "사모님 좋습니다~"
한 때 "사모님 좋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 있다. 아부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군에서 파생된 온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말을 사용했던 이들은 이른바 '테니스병'.
1년 내내 부대 혹은 부대 인근에서 대기상태로 보내야 하는 군인들과 이를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했다. 이때 가장 좋은 운동이 테니스로 개인 혹은 단체로 하기에 좋고 군부대를 벗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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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시절 익힌 테니스 실력이 수준급으로 대통령이 된 뒤에도 틈틈이 즐겼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사진=대통령기록관 |
부인들도 테니스를 배워야 했고 이를 위해 테니스 선수출신 사병들이 차출돼 '레슨'을 맡았다.
이들 '테니스병'들은 장군의 부인, 즉 사모님에게 레슨을 하면서 동기부여를 위해, 혹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사모님 좋습니다~"라는 추임새를 연발했다.
테니스병들은 폼을 수정하면서도 "사모님 좋습니다", 부인이 공을 아무렇게나 리턴해도 "사모님 좋습니다"를 외치며 이리뛰고 저리 뛰었다.
이와 동시에 테시스병은 사모님이 치기 알맞은 높이와 속도로 공을 되받아 쳐 넘겼다.
△ 골프병, 낚시병, 테니스병 좋거나 나쁘거나
지금은 국내 남자프로골프계 원로대접을 받고 있는 A씨도 1970년대 중반 군생활을 할 때 '골프병'으로 별들을 지도했다. A씨 제자(?)중에는 너무나 유명했던 B장군이 있었다. 훗날 A씨는 프로대회에 우승했을 때 높은 자리에 있었던 B씨의 축하를 받아 얼떨떨했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레슨을 전문으로 하는 골프병은 군편제에 없다. 과거 장군들이 이런 저런 명목(체력단련장 관리병 등)으로 불러와 자신의 폼을 교정하게 만들었다.
군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체력단련장)에 무중인 병사를 골프병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흔히 말하는 '골프병'은 골프코치를 뜻한다.
낚시병도 있다. 1980년대 초 군 휴양시설에서 근무했던 C씨는 시설관리와 함께 높으신 분이 올 경우 낚시 코치로 나섰다. 낚싯대가 휘는 정도를 보고 '불어가' '잉어가 물었다'며 어종을 알아 맞혔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말까지 있었다.
테니스병은 "사모님 좋습니다~"를 연발한 뒤 레슨이 없는 시간이면 테니스장을 관리해야 했다. 여름철 콘크리트로 된 롤링기를 끌면서 테니스 코트(클레이코트)를 다지려면 무척 힘이 든다.
△ 계주병사, 축구병사, 과외병사 등
과거 후방에 위치한 육군 모 사단장은 연대대항 계급별 계주 달리기를 중요시 했다.
이병부터 대령까지 뛰어야 하는 이 경기에서 꼴찌하는 연대는 전투에서 패한 것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연대장들은 이기기 위해 온갖 묘수를 발휘했다. 서로 얼굴을 잘 아는 간부들은 어쩔 수 없지만 얼굴을 잘 모르는 낮은 계급에 부정선수를 투입했다. 현역 단거리 선수를 이병 또는 일병이라며 계주에 투입시켰으며 이들 계주병사는 10여초동안 군인이 됐다.
어떤 부대는 대대 대항 축구대회를 위해 선출(선수출신)병사를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다뤘다.
축구병사는 하루종일 짧은 선수바지만 입고 공을 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부대대항 축구경기가 있을 때 투입, 갈고 닦은 전투력을 발휘하곤 했다.
오래전 최전방에선 부대대항 빙상대회가 열려 짧은 기간 동안 '빙상 병사'가 등장, 논을 스케이트장으로 만들고 다듬고 부대 선수들을 교육 했다. 훈련과 근무에서 열외됐지만 바람고 추위에 나서 빙상장(논)을 지켜야 했던 남모를 애환도 있었다.
아주 옛날엔 유명대학 출신 병사들 중 일부는 지휘관 집으로 초청(?) 돼 , 자녀의 공부를 봐줘 과외병사 소리를 들었다. 어떤 과외병사는 틈틈이 고시공부를 한 끝에 합격, 과외병사서 '과거병사'로 신분상승한 예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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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은 공무만 보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종종 집안 살림 등 엉뚱한 일을 시켜 '노예병사'라는 말까지 낳게 했다. 사진=YTN |
공관부는 원칙적으로 장성급 부대장만이 두게 돼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체 공관병은 150여명으로 육군이 100여명, 공군 17명, 국방부 직할부대 10여명, 해병대 8명, 해군 5명 가량이다.
육군의 경우 대장급 부대장(참모총장, 각군 사령관)은 4명, 군단장(중장)은 3명, 사·여단장은 2명의 공관병을 둘 수 있다.
규정이 다소 느슨하던 과거엔 일부 영관급 부대장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공관병을 두는 예가 있었고 당번병이 공관병을 겸하는 예가 제법 있었다.
이 경우 일부 극소수 당번병은 24시간 노예생활을 각오해야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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