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저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글을 올렸다. 식당이 관광지 근처에 있다보니 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이 많은데, 식당 안에서 기저귀를 간 뒤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밑 등 구석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테이블 위 음식 그릇 옆에 올려두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A씨는 “식당에서 기저귀를 가는 손님의 절반 정도는 그냥 버리고 간다. 한달에 5∼6개 정도는 된다”며 “손님을 붙잡고 ‘기저귀는 가져가셔야한다’고 말했더니 ‘식당에서 나온 쓰레기는 손님이 다 가지고 가야되냐, 서비스가 왜이러냐’며 따지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치우는 것도 기분나쁘지만 다른 손님들이 불쾌해할 수 있어 걱정”이라며 “다른 사람이 치워야하는 것을 알면서 버리고 가는 건 이해가 안된다.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가 남긴 글 밑에는 ‘나도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런 사람이 정말 많다’며 공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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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당 기저귀 사진들. 사진을 올린 사람들은 아이 부모가 식당에서 기저귀를 간 뒤 그대로 버리고 갔다고 주장했다. |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식당에 사용한 기저귀를 놓고 가는 행동’을 두고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저귀를 테이블에 두고 간 사람들 중 그 기저귀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분명 옳은 행동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손수 치워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이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도 당장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예절과 배려는 공동체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한 축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같은 가치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한 성토글이 이어지면서 ‘맘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는 ‘맘충’이다.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 충(蟲)’을 붙인 것으로, 개념 없는 행동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아이 엄마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맘충은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혐오 표현이란 점에서 지양해야할 단어이지만, 이 단어가 등장하게 된 맥락은 사회적으로 짚어볼만한 의미가 있다. 아이를 내세워 배려 없는 행동을 하는 부모들에 대한 불만이 축적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카페에서 일하는데 한 엄마가 카페컵에 아이가 소변을 보게 하고 그대로 두고 나갔다’,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에 와서 아이가 먹을 밥과 국을 서비스로 달라고 우겨서 난감했다’ 등 개념 없는 부모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아이니까 이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자신의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도 오히려 상대방에게 화를 냈다는 글이다.


◆혐오 정서 확산…‘맘충’ 표현은 자제해야
일각에서는 ‘맘충’이란 말이 유행이 되면서 아이와 어린아이가 있는 부모에 대한 혐오정서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려 없는 부모는 일부의 경우인데,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눈총을 받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5살, 8살 아이가 있는 김모(40·여)씨는 “아이들과 같이 식당에 들어가면 아무 이유 없이 흘겨보거나, 가만히 있는데 ‘맘충’이라고 속닥이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의 바르던 사람이 아이가 생겼다고 갑자기 예의가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예의없는 사람은 어디든 있을 수 있고, 개인 잘못인데 유독 부모만 비하하는 표현이 있다는 것이 속상하다. 거꾸로 사회가 부모들을 배려하는 면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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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한 가게의 안내문. |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배려 없는 부모들은 부모가 될 사회화 과정이나 준비 없이 부모가 된 것인데 개인의 문제라고만 봐서는 안된다”며 “일종의 ‘부모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유나·이창훈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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