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M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주간 리포트’(7월10일∼7월16일)에 따르면 ‘아이돌 학교’는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과 ‘지지하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관심 높은 프로그램’에서는 2위, ‘주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첫 방송과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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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아이돌 학교’가 기획의도와 맞지 않은 출연자 선발과 ‘프로듀스 101’과 차별이 없는 진행, ‘롤리타신드롬’ 부추기기 등으로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엠넷 제공 |
엠넷 ‘아이돌 학교’의 연출을 맡은 신유선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면, ‘아이돌 학교’는 일반인이 얼마나 잘 성장해나가는지 지켜보고 교육하여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학생 중 10명은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했었다. 이 중 1명은 ‘프로듀스 101’ 출신이기도 하다. SM, JYP, YG 등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거나 모델·아역 경력이 있는 학생, 부모가 연예인인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모두 21명으로, 전체 학생(40명)의 절반을 넘어선다. 일부 시청자는 이들에 대해 연예인이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력’이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청자 투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학교’는 매회 시청자 투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다. 투표 결과로 40명의 순위가 정해지며, 하위권 학생들은 탈락(조기 퇴교)된다. 시청자 투표가 프로그램의 진행 방향과 결과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걸그룹으로 데뷔 했거나 모델·아역 활동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학생의 경우 이미 팬덤이 형성돼 투표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런 경력이 없는 ‘진짜 일반인’ 학생과 출발선이 다르다.
프로그램 내용도 ‘프로듀스 101’과 달라진 점이 없다. 단지 핑크빛 학교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모아놨을 뿐이다. 학생들은 입소 직후 춤과 노래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선생님으로 출연하는 바다와 장진영(음악), 박준희와 스테파니(안무)도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급급하다. 노래와 춤 등을 가르치기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윽박지르는 모습뿐이다. 시청자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는 점도 ‘프로듀스 101’과 같다. 단지 ‘국민 프로듀서’가 아닌 ‘육성회원’,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점만 다르다.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도 문제다. ‘무대 위기 대처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인공비를 맞으라고 명령한다. ‘폐활량 훈련’을 위해서는 속옷이 비치는 옷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간다. 하의가 짧은 일본 체육복인 ‘부르마’를 입고 속바지가 보일 정도로 격한 운동도 한다. 평상시 입는 교복도 상의는 타이트하고 치마는 짧다. 교가(테마곡)인 ‘예쁘니까’ 뮤직비디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젖은 교복을 입고 춤을 춘다.
미성숙한 소녀에 대해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인 ‘롤리타신드롬’을 부추기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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