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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납치 결혼'에 희생된 키르기스스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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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1 13:00:00 수정 : 2017-08-01 2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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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했는데도 여전히 중앙 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납치 결혼’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 나린주(州)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는 한 여성이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친구에 대한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현지 여성들의 참담한 삶이 공개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굴자트 아크마트베코바(36)의 어머니는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남편은 친구 몇 명을 거치면 아는 사이였다. 결혼 당시 18살이었던 굴자트의 어머니는 따로 만나는 애인이 있었으나, 어느날 다 같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던 중 현재의 남편에게 끌려가 어른들의 강요 하에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다.

싫다고 버텼지만, 굴자트의 어머니는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따로 있는데도 결혼해야 하는 상황이 비참했으나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은 윗사람들의 말을 어길 수 없어서 가족까지 동원해 결혼을 강요한 현재 남편의 아내가 되고 말았다.

결혼생활은 끔찍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매일 굴자트의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고, 스트레스에 시달린 그는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남편의 식구들은 “당신의 운명”이라며 “우리를 떠난다면 더욱 불행해질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여전히 납치 결혼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남성은 자신이 납치한 여성이 결혼을 허락할 때까지 성폭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인 작가 노리코 하야시(Noriko Hayashi)가 촬영.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겉으로 웃어도 어머니께서는 단 한 번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굴자트. 그의 언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선물공세를 펼친 7살 연상 남성의 구애를 거절했으나,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고 불행했던 부부생활은 10년 만에 이혼으로 조각났다.

뒤늦게 딸의 결혼을 알고 남성을 찾아갔던 굴자트의 부모는 양떼와 온갖 작물 앞에서 혼인을 인정했다.

굴자트는 “언니와 형부는 성격이 맞지 않아 거의 매일 싸웠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납치 결혼과 관련한 별도의 통계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으나, 일각에서는 납치 결혼의 60%가 이혼으로 끝난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굴자트의 동성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은 평소 알고 지내온 남성에게 끌려가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다. 도망치려 했지만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여성은 현실에 순응했고, 네 자녀를 낳아 아직 사는 중이라고 굴자트는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여전히 납치 결혼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남성은 자신이 납치한 여성이 결혼을 허락할 때까지 성폭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인 작가 노리코 하야시(Noriko Hayashi)가 촬영.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굴자트는 “납치 결혼은 시골에서 빈번하다”며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전국에서 많이 행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도 나는 납치 결혼 희생자가 아니었다”며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내 판단에 따라 결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로 10대 소녀를 타깃으로 행해지는 납치 결혼은 키르기스스탄의 풍습이 아니었다고 굴자트는 말했다. 과거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커플이 야반도주하는 데서 비롯했으나,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의미가 변질돼 여성을 납치하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일부 남성들은 납치한 여성이 결혼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성폭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지난 1994년 납치 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이 나아질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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