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근로자가 기업의 정보나 노하우, 기술 등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영업비밀 보호를 목적으로 근로자 이메일의 열람을 원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회사의 영업비밀은 헌법 23조에서 보호되는 재산권으로 근로자가 전자우편을 통해 유출하는 행위는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임의로 근로자의 이메일 등을 모니터링하면 헌법 17조에서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비롯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필요 시 다음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행해야 향후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으면 이메일 열람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비밀침해죄, 정보통신망법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등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주가 적법하게 직원의 이메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송신인과 수신인으로부터 합리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니터링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효율상 ‘포괄적 동의’를 받되 ‘유효성’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열람할 때마다 직원들로부터 개별 동의를 일일이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구체적, 개별적 동의의 대안으로 ‘회사는 근로자의 이메일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취지의 포괄적 동의를 받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포괄적 동의는 그 예측 가능성이 작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사실상 불평등한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초한 유효한 동의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포괄적 동의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부가 요건이 필요합니다.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서 원칙적으로 회사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송·수신하는 모든 이메일은 업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이를 명확히 고지 ▲업무시간 중 송·수신한 이메일은 업무용으로 간주됨을 고지 ▲업무상 이메일이 열람되고 있거나 앞으로 열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 ▲이메일의 보존 목적 및 기간, 책임부서 및 책임자, 방법 및 처리과정, 장소, 보존된 이메일의 이용목적과 사용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근로자에게 명확하게 고지 ▲이메일을 열람한 경우 전자우편의 수신자인 근로자에게 그 검색 결과와 열람 사실을 통지해 사용자가 근로자의 업무상 이메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 근로자의 통신 상대방이 회사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근로자에게 사적인 이메일을 송신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요청 ▲열람의 목적과 방법, 시간 등을 정해 특정 이메일에 대해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사전 동의를 획득하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위에 나열된 부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포괄적 동의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가 요건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충족하면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이메일 열람의 적법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메일 모니터링과 관련된 법률도 없고 이에 관해 지침이 될만한 판결도 없어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이메일 열람 결과 의도치 않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사용자는 적법 절차 준수를 통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aewoong.choi@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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