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 여름이 왔다. 등과 허리까지 푹 파인 과감한 블라우스부터 잠옷 같은 슬립 드레스, 흘러내리는 듯한 오프숄더 셔츠까지…. 여름은 늘 노출의 계절이었지만, 이번 여름은 조금 더 강한 ‘노출’이 강조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흰 셔츠를 밑에 받쳐 입고 슬립을 입었다면, 올해는 좀더 과감하게 셔츠를 뺀 옷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원마일 웨어(1마일 반경에서 입는 동네 옷)’, 라운지웨어, 파자마룩 등 편안함과 멋스러움을 강조하는 트렌드 위에 갓 침실에서 걸어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섹시함을 입힌 셈이다.
그러나 ‘편안해 보이는 모습’ 뒤에는 속옷이나 등에 난 여드름 감추기처럼 감수해야 할 불편함도 있다. 마치 호수를 유영하는 백조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노출을 위한 노력들이다. 이런 불편이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콘셉트와 배치되는 부조화라고 느껴진다면, 과감한 옷차림을 선택한 김에 기존에 단점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숨기는’ 대신 과감하게 드러내 보자.
그러나 ‘편안해 보이는 모습’ 뒤에는 속옷이나 등에 난 여드름 감추기처럼 감수해야 할 불편함도 있다. 마치 호수를 유영하는 백조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노출을 위한 노력들이다. 이런 불편이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콘셉트와 배치되는 부조화라고 느껴진다면, 과감한 옷차림을 선택한 김에 기존에 단점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숨기는’ 대신 과감하게 드러내 보자.

최근 유행하는 ‘상의 실종’ 패션에서 섹시 포인트는 가녀린 쇄골과 ‘섹시백’이다. 쇄골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지만 섹시백은 ‘등드름(등+여드름)’이라는 후천적 용병이 있다. 울긋불긋한 여드름과 튀어나온 여드름을 쥐어뜯다가 만든 얼룩덜룩한 흉터까지.
여름이면 많은 여성들이 섹시백을 위해 컨실러를 동원한다. 피부에 화장을 하듯 몸에 난 여드름도 색조 화장으로 감추는 셈이다. 등드름으로부터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컨실러를 바르고도 부족해 반짝이는 글리터를 바르기도 한다. 당장 눈앞에 여름이 닥쳤으니, 등드름이 인생 최고의 콤플렉스인 사람에게는 임시방편으로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몸여드름도 부위만 다를 뿐 얼굴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공이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한 피지가 모낭 속에 과잉 축적되고, 모공 안쪽에 살고 있는 세균이 염증을 일으키는데, 메이크업 화장품의 미세한 입자는 모공을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평생 여름이 올 때마다 컨실러를 바르고 다닐 각오가 아니라면, 임시방편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은 등드름 관리를 위해서는 음식 조절과 청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A나 C,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 녹황색 채소, 통곡물 등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음식을 많이 먹고 햄버거, 도넛, 떡, 라면, 콜라, 요오드 성분이 많은 해조류를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등드름은 여기에 하나 더, 몸에 닿는 머리카락과 장신구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7∼8시간씩 살갗이 닿는 침구류도 일주일 간격으로 세탁하면 도움이 된다.
그동안 컨실러로 감추어오던 등드름을 갑자기 만천하에 드러내기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요즘엔 주근깨를 두드러지게 하거나 두툼한 입술을 부각하는 등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굳이 감추지 않는 트렌드이니 편안하게 드러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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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상의 실종’을 불러오는 슬립과 오프숄더 등 노출패션이 유행이다. 등에 난 여드름과 속옷 감추기가 불편하다면, 구태여 감추기보다는 편안하게 드러내보자.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섹시쿠키 제공 |


오프숄더에서 또 다른 난제는 속옷이다. 슬립의 얇은 끈 사이에 삐져나온 속옷은 민망함의 대상이다. 최근에 이런 끈을 없앤 튜브톱 스타일이 인기다. 요즘 속옷이 어깨끈을 없애고 속옷의 밀착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기지개를 켜거나 과한 행동 때면 여전히 속옷이 슬금슬금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속옷이 내려간다는 예민한 생각에 길을 걷다가도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속옷을 추켜올리는 엉거주춤한 모습도 나온다. 불편하다. 그럼 또 결론은 ‘드러내자’다.
최근엔 아예 ‘드러내기 위한 속옷’도 많이 나오는 추세다. 가장 기본형인 ‘11자 형’ 어깨끈의 소재와 색상, 디자인이 다양해지는가 하면, 어깨끈이 등 뒤에서 교차하는 ‘X자형’도 이젠 흔한 스타일이다. 여기에 홀터넥 스타일로 목에 묶는 어깨끈이 나오고, 최근 젊은층에서 많이 하는 초커(목에 밀착되는 목걸이)를 결합한 초커브라도 인기다.
속옷전문기업 좋은사람들의 란제리 브랜드 ‘섹시쿠키’ 관계자는 “초커브라는 출시 한 달 만에 약 60%의 판매율을 기록했고, 홀터넥 스타일의 속옷도 출시 한 달 만에 생산물량의 40% 이상이 판매됐다”고 인기를 설명했다.
정치, 사회 분야에도 감추기보다는 공개가 화두인 시대다. 과감한 옷, 정말로 과감하게 그리고 편하게 입자.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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