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중동굴 에어포켓에서 이틀 동안 생존한 남성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7-17 11:40:44 수정 : 2017-07-17 11:40:44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 스페인 남성이 잠수 도중 수중동굴에 꼬박 이틀동안 고립됐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17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시스코 그라시아(54)는 다이버에게 있어 최악의 악몽을 경험했다. 산소가 없는 수중동굴에서 에어포켓에 의지해 꼬박 이틀동안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지질학 교사인 그라시아는 지난 4월 15일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수중동굴 탐험과 지도 작업을 위해 평소에 하던대로 잠수를 했다.

그는 친구 길렘 마스카로와 함께 미로처럼 얽힌 동굴 입구에서 1km 떨어진 ‘사 피케타’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1시간 동안 수영을 했다.

그들은 각기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길을 표시하기 위해 묶어뒀던 줄인 가이드라인이 부러지거나 미끄러진 것을 알게됐다. 산소통의 산소를 거의 다 소비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라시아는 다른 다이버들이 인근에 공기층인 ‘에어포켓’이 있다고 들은 것을 기억해냈다. 에어포켓의 공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된 동굴 속 공기 호흡에 익숙한 그라시아가 에어포켓에 남고, 체격이 더 작아서 숨쉬는데 산소가 덜 필요한 마스카로가 남은 산소통을 모두 이용해 나가서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라시아는 “안개가 자욱한 밤에 차를 운전하려던 것과 같았을 것”이라며 “길렘은 나를 내버려두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과 천장 사이에 약 12m의 에어포켓에서 크고 평평한 바위를 찾아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모든 불을 끄고 완벽한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그를 구출하러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처음 7~8시간 동안 희망을 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길렘은 길을 잃어 죽었다. 아무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게될 두명의 자녀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높은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두통과 피로감을 느끼다가 환청까지 들렸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괴로워하던 그는 환청이 아닌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 친구인 버냇 클래모였다.

그는 “나는 물에 뛰어 들어 그를 끌어안았다”며 “그는 내가 어떻게 있었는지, 내가 죽었을 지 몰라 두려웠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 대원들은 그에게 식량과 물을 공급하기 위해 암석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데는 8시간이 더 걸렸다.

그라시아는 앞으로도 마요르카의 수중 유산을 지도에 그리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하에서 24년을 보냈다”며 “잠수는 내 체질”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