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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억의 아이스께끼' 30년 만에 부산시청 광장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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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5 15:14:05 수정 : 2017-07-16 10: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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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께끼! 시원한 아이스께끼! 왔어요…”

두꺼운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추억의 아이스께끼’가 30여년 만에 부산시청 녹음광장에 등장했다.

지난 14일 오후 7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5동 부산시청 후문 맞은 편에 위치한 등대광장 입구를 막 벗어나는 데 귀가 의심스러운 “시원한 아이스께끼∼∼”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지난 14일 오후 7시쯤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 뒤편 등대광장 등나무쉼터에서 30대 남성이 ‘추억의 아이스께끼’ 통을 열고 시원한 아이스께끼를 꺼내고 있다. 통 측면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추억의 아이스께끼’란 글씨가 선명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커다란 직사각형 통을 멘 체 거제시장을 한바퀴 돌아 더위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가득한 시청 주변 녹음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버튼을 켰다.

순간적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도로 한 블럭 건너 편의점이 지천에 널려 있고, 50% 할인은 상시적으로 하는 대형 마트가 즐비한 데 누가 별로 위생적일 것 같지도 않은 메고 다니는 통에 든 아이스께끼를 사먹겠는가’라는 의문이 든 것.

이 같은 생각은 곧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아이스께끼맨을 뒤따라 불과 몇 발짝 걷는데 등대광장 내 등나무쉼터에서 장기를 두던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어이∼”하고 부른다. 즉석에서 3개가 팔렸다. 개당 1000원,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은 편의점과 같은 가격이다.

아이스께끼를 든 어르신들이 장기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서너차례 누른 뒤 재빨리 통안을 살폈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이스께끼가 반 통 정도는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 팔리고 바닥에 몇 개 남지 않았다.

통의 크기로 보아 손가락 2개 길이의 사각형 아이스께끼가 150∼200개는 여유있게 들어갈 공간이었다. 아마도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던 한낮부터 영업을 시작했던 모양이다.

고객의 반응도 좋았다. 동료가 건넨 아이스께끼를 한 입 베어 문 김차곤(78)씨는 “아이스께끼를 마지막으로 먹어본 지가 80년 중후반대로 기억되니 한 30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 옛날 아이스께끼 맛이 좀 나는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부산에 온 지는 얼마나 됐는 지 묻자 “아따 기자 양반이 사생활까지 다 캐는 기요…”하며 농으로 응수하던 그는 “20대 중반이던 1965년 서부 경남에서 부산 남구 문현동으로 이사와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동명목재에 취업해 끗발 날렸었는 데 어느 듯 염라대왕이 부를 때가 머지 않은 것 같다 ”고 잠시 젊은 시절을 회고했다.

아이스께끼 한 통이 몇시간 만에 다 팔린 듯 텅비어 있다.
이날 아이스께끼는 김상규(77)씨가 주변 동료를 위해 께끼턱을 쏘았다. 그는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사는 데 마침 아이스께끼 통이 지나가기에 불렀다”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세히 보니 현대식 아이스께끼는 옛 것과 달리 회사명이 적시된 비닐로 포장이 잘 돼 있어 매우 위생적이다.

향수가 묻어나는 매고 다니는 아이스께끼가 재래시장과 주변에서 잘 팔리는 것은 찜통더위 속에 가게를 비우기가 어려운 상인들과 음식점 손님, 공원에 바람쏘이러 나온 시민들이 즐겨찾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상황에서 나름의 아이템을 개발, 스티로폼 아이스께끼 통을 메고 다니며 추억을 선물하는 저녁 나절 젊은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사진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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