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육식'이 만든 GM동물… '옥자'가 식탁에 오른다면

관련이슈 지구의 미래

입력 : 2017-07-13 15:03:34 수정 : 2017-07-13 15:03: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온난화 부추기는 ‘육식 사랑’ 지구에 부담
“우리 슈퍼돼지는 크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합니다. 그리고 맛도 끝내주게 좋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글로벌 농화학회사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회장 루시는 자사가 개발한 유전자조작(GM) 돼지 옥자를 이렇게 소개한다.

옥자는 악명 높은 농화학회사 미란도의 이미지를 친환경적으로 세탁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GM동물이 환경에 이롭다’는 주장이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실제 가축 유전자조작기술을 갖춘 기업들은 모두 ‘친환경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우리가 무심코 식사 때 먹은 고기 한 점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인류와 지구에 부담이 된 ‘육식 사랑’

세상 이치가 그렇듯 육식 문제 역시 ‘지나침’이 화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육류(소, 돼지, 닭, 양) 연간 소비량은 1995년 2억t에서 2015년 3억1000t으로 56.1%, 같은 기간 1인당 소비량도 27.5㎏에서 34.1%로 24.0% 늘었다.

특히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고속성장을 한 나라에서 육류 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총 소비량은 1995년 170만t에서 20년 새 330만4000t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1인당 하루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143.6g이다. 특히 돼지고기 비중이 48.6%에서 54.2%로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5만달러 수준에 이르면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70∼80㎏선(하루 192∼219g)에서 증가세를 멈춘다. 세계식량기구(FAO)는 2050년까지 고기 소비량이 70%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류도 예외는 아니어서 70%가 넘는 어종이 개체수 감소를 겪고 있고 세계 수산물 부족량은 2015년 1090만t에서 2030년 92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인의 ‘육식화’는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부담이 됐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한 해 7.1기가t으로 전체의 14.5%에 이른다. 전 세계 자동차가 뿜어내는 양과 맞먹는다.특히 가축이 트림이나 방귀로 내뿜는 메탄(3.1기가 t)은 총 메탄배출량의 44%나 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태양열을 가두는 능력이 28배나 큰 강력한 온실기체다. 이제 지구환경을 위해 소의 방귀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옥자’는 정말 식탁에 오를까

생명공학계는 이러한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다. 미란도 회장의 말처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도 늘어나는 육류소비를 충족시키고자 동물 유전자변형에 눈을 돌렸다.

지금껏 GM동물은 심리적 거부감이 덜한 의약품이나 산업용 소재 개발이 주목적이었다. 아직까지 식탁에 올라온 GM동물은 없지만 머잖아 연어가 첫 테이프를 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아쿠아바운티라는 회사가 개발한 속성장 ‘GM연어’는 2013년 캐나다 환경청의 수정란 생산 승인, 2015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식용 승인을 받아 상품화를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마쳤다. 시민단체의 우려에도 지난해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와 지난달 미 인디애나주의 부화·양식장 시설을 사들이며 상품화 단계를 밟고 있다.
아쿠아바운티가 전면에 내세우는 GM연어의 장점 역시 친환경성이다. 이 연어는 25% 적은 사료를 먹고도 2배 빨리 자란다. 이를 두고 회사는 “미국에서 소비하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나 칠레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수송과정에서 연어 1파운드(0.45㎏)당 1.13∼1.24㎏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현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이를 0.05㎏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연어 남획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우유 알레르기 성분이 없는 GM젖소(뉴질랜드), 조류독감 저항 GM닭(영국), 광우병 유발 억제 GM젖소(일본) 등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근육질 소’를 개발 중인 서울대 장구 교수(수의대)는 “기술이 있어도 각종 허가 문제와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상용화하기 어렵다”며 기술 외적 문제를 GM동물 개발의 주된 난관으로 꼽았다.

엄밀히 말해 외래 유전자를 주입하는 GM은 아니지만 유전자복제 역시 생명공학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기술이다.

미국의 비아젠(ViaGen)이라는 회사는 최고 등급의 살코기에서 유전자를 떼어내 수소와 암소를 만든 다음 각각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13마리의 송아지를 탄생시켰다. 연구팀은 이들 송아지를 일반 소와 똑같은 방법으로 길러 도축했는데, 꽃등심 부위는 9% 넓었고 마블링은 45%나 더 많으면서 못쓰는 지방 양은 16% 적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여는 ‘육식의 미래’가 윤리적, 생태적으로도 옳은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동국대 허남결 교수는 “굳이 생명공학기술까지 동원해서 지금 같은 고기 소비를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육류 섭취에 대한 문화적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건강과 지구 모두 지키려면 하루라도 채식을”…‘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이란

미국 환경운동가 존 라빈스(70)는 글로벌 아이스크림 기업 ‘배스킨라빈스’의 공동창업자 어바인 라빈스의 아들이다. 라빈스가의 외아들로 기업의 유력한 상속자였던 그는 부가 눈앞에 보이는 탄탄대로를 놔두고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는다. 그러고는 1987년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과 햄버거 기타 축산물을 비판하는 책 ‘새로운 미국을 위한 식단(Diet for a New America)’을 출간한다.

그는 지금까지 인간의 육식에 대한 지나친 욕구가 건강과 지구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채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채식주의가 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따른다. 그렇다면 육식을 조금 줄이는 정도라면 어떨까.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 대신 채소와 곡물로 구성된 채식을 해보자는 국제적인 운동이다.

2003년 미국에서 아동 비만문제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보건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됐는데,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같은 운동을 제창하면서 환경운동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여기에 영감을 받아 지금까지 53개국에서 자생적인 운동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이현주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는 “육식은 동물권과 먹거리 안전성,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와 결부돼 있다”며 “고기 없는 월요일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고 건강과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