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성수동 소울샵엔터테인먼트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태우는 4년 만에 컴백한 이효리에 대한 반가움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세대 아이돌로 최정상 인기를 구가했던 둘이다. 홀로서기에 성공해 20년 가까이 ‘가수’로 무대에 서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고 계속하고 있죠. 감사한 일이에요.”
요즘 음악은 음반이 아닌 곡 단위로,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소비되는 게 주류다. 한 해 1만곡 이상 쏟아져 나오는 음악시장에서 팬덤 없이는 공들여 낸 앨범도 쉽게 묻힌다. 너무도 달라진 대중음악 소비 실태에 김태우는 불만이 많았다.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생각에 화도 났다. 하지만 지금은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시장 흐름을 따르려 노력한다. “대중음악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게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김태우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장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부지런히 분석한다.
김태우는 음악 소비 패턴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재 음원시장에서 노래의 가치가 낮아질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계속 노래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기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소울샵엔터테인먼트 제공 |
자신은 파워풀한 창법을 구사하는 솔로 남자가수로서 매력을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다시 한번 시원하게 내질렀다.
“고민이 많았어요. 말랑말랑한 노래를 써놓고, 받아보기도 했는데 이런 건 이미 잘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접합점을 찾았죠. ‘따라가’는 트렌디한 음악은 아니지만 사운드적으로 올드 하지 않고 원래 제가 갖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맞춰 가는 거죠. 만족해요.”
최근 음악방송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아이돌 그룹의 출연이 많아 라이브여도 대부분 사전녹음을 한다. 그 가운데 김태우는 라이브를 고수한다. “저만 진짜 라이브를 하니까 방송으로 보니 제가 노래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한숨)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어요. 제 마지막 고집이죠.” ‘고집’은 그가 ‘가수 김태우’를 지켜나갈 수 있는 이유이자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김태우는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반기 후배 가수 ‘키스’의 새 앨범과 4인조 밴드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음악작업, 방송활동, 후배 양성 등으로 바쁜 중에도 김태우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작업실 한쪽에 놓인 액자 속 가족사진이 힌트를 준다. 김태우는 1세대 아이돌 중엔 드물게 일찍 가정을 꾸려 세 아이를 뒀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저도 아이들을 위해 살고 있어요. 옷, 차, 시계 이런 데에 돈을 쓰기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 만한 마당이 있는 집을 갖고 싶어요. 아, 곧 둘째 지율이의 생일이에요. 그날은 스케줄을 비워 놨어요. 아이들이랑 실컷 놀아줄 생각이에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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