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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야구밖에 모르는 ‘리틀 최동원’… ‘전국구 거인’ 되다

입력 : 2017-07-10 06:00:00 수정 : 2017-07-09 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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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나이에도 롯데 1선발 투수로 우뚝 선 박세웅 최근 프로야구 롯데 팬들이 “안경 에이스 덕분에 야구 볼 맛이 난다”고 한다. 갓 스무 살을 넘긴 나이에 확고부동한 롯데 1선발로 자리매김한 박세웅(22)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포츠 고글로 한껏 멋을 낸 젊은 투수 박세웅은 롯데 에이스로 활약했던 고 최동원 선수를 연상케 하는 위력투를 던지고 있다. 이에 팬들이 ‘리틀 최동원’이라고 부를 만큼 남다른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그런데 정작 박세웅은 팬들의 관심이 얼떨떨하다. 지난달 2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박세웅은 ‘운동밖에 모르는 바보’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날 박세웅은 선발은 아니었지만 경기 직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나서야 더그아웃에 들어섰다. 그는 “팬들이 격려의 말씀과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된다. 그런데 경기장 밖에서 사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면 대부분 못 알아본다”며 웃었다.

경북 구미 출신인 박세웅은 2살 터울인 동생 박세진(20·kt)과 나란히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다. 우애가 남달랐던 두 선수는 어린 시절 땡볕 아래서 캐치볼을 하며 놀았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건 도산초 5학년 때부터다. 당시에도 또래보다 큰 키에 깡마른 체격이었지만 유독 운동신경이 좋아 공을 허리를 써서 던질 줄 알았다. 제구가 잘 된 속구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도 점차 붙기 시작했다.


롯데 박세웅이 지난 7일 사직 SK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고글을 쓴 데다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을 선보여 최동원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한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실력이 눈에 띄게 올라갈 즈음 필생의 라이벌도 만났다. 최동원과 선동열(전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올 시즌 부산-광주 간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임기영(24·KIA)도 프로 입단 전부터 만나 같이 꿈을 키운 사이다. 경운중-경북고를 졸업한 박세웅은 임기영의 같은 학교 2년 후배다. 각각 우완 정통파와 우완 언더핸드 에이스로 활약했는데 박세웅이 경북고 1학년 시절 야구부 방장이 임기영이다.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함께 땀을 흘려 프로에 와서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다만 평균자책점 부문 1위였던 임기영(1.82)은 6월 초 폐렴 증세로 2군에 내려가면서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 사이 박세웅(2.44)이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를 꿰찼다. 다승에서도 박세웅은 9승을 올리며 임기영(7승)에 한 발짝 앞서고 있다. 박세웅은 “라이벌이지만 서로 상생하는 관계다. 기영이형은 나보다 프로 경험이 많아 타자를 상대하는 법을 자주 물어본다. 반대로 선발 투수는 내가 먼저 시작해 기영이형이 나한테 묻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부산을 넘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세웅이지만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린 건 아니었다. 박세웅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kt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2015 시즌 중반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꾸준한 출장에도 승리를 낚지 못하다가 그해 7월 광주 KIA전에서 20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당시 박세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 시즌에도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며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박세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절치부심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엄격한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렸고 불안정했던 변화구도 집중 연마했다. 그 결과 주무기였던 포크볼과 더불어 커브, 슬라이더의 위력이 한층 커졌고 140㎞ 초반이던 속구 구속도 140㎞ 중반까지 늘었다. 스스로도 “이만큼 노력했으니 최소한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오지는 말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박세웅이 정조준하고 있는 목표는 다름 아닌 2014년부터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시상하는 ‘최동원상’이다. 롯데 투수들은 아직까지 수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동원 선배는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세웅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선배의 이름을 듣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했다. 그는 “워낙 대단한 성적을 낸 선배고 나로서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여러 면모가 있다. 최동원 선배에 버금갈 선수가 되고 싶다. 롯데의 최동원상 최초 수상자가 될 수 있도록 시즌 끝까지 달려보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수원=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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