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노트FE는 출시일인 7일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 ‘톱10’에 들었고, 일부 온라인 몰에서는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물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갤럭시S8 출시 때보다 재품 재 입고시 문자로 알려주는 ‘입고 알림’을 신청한 경우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제품을 일부 변경해 내놨음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노트FE를 직접 사용해 봤다.
◆노트FE, 배터리 바뀐 노트7… 성능은 여전히 상급
노트FE의 외관은 뒷면에 ‘Galaxy Note Fan Edition’이 새겨져 있다는 걸 제외하면 기존 노트7과 완벽하게 동일하다.
기기 하드웨어 사양도 큰 변화는 없다.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의 용량이 3500㎃h에서 3200㎃h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무게가 기존 169g에서 167g으로 낮아진 게 전부다.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옥타코어 2.3GHz+1.6GHz), 디스플레이(5.7형 QHD 듀얼 엣지 슈퍼아몰레드), 카메라(후면 1200만 화소, 전면 500만 화소) 모두 같다.
그런데 하드웨어 스펙에 있어 11개월 전 출시된 스마트폰의 부품을 사용한 노트FE보다 뛰어난 스마트폰은 아직 별로 없다.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노트FE 보다 하드웨어 스펙이 나은 기종은 갤럭시S8 시리즈와 소니의 엑스페리아XZ 프리미엄, LG전자의 G6 정도다.
이 중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8 시리즈는 노트FE에 탑재된 삼성 엑시노스8890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향상된 엑시노스9(8895) AP를 사용한다. 또 블루투스 5.0을 채택했고, 더 높은 단계의 LTE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하드웨어 스펙 S8이 한수 위… 실제 만족도는 비슷
하지만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실제 6GB 메모리를 탑재하는 등 국내 출시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인 갤럭시S8+ 128GB모델과 노트FE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초기 구동 시간을 비교해 본 결과, 아주 미세한 차이로 갤럭시S8+가 더 빠르긴했지만, 1초도 되지 않는 간격이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스펙만 따지면 갤럭시S8이 압도적이다. 갤럭시S8은 5개의 주파수 대역을 하나처럼 묶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5밴드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주파수 묶음 기술)을 통해 최대 1Gbps의 데이터 전송을 지원한다. 노트FE의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600Mbps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 구현 가능한 이론적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800Mbps이며, 이마저도 상당히 제한적인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기술적으론 갤럭시S8이 더 뛰어나고 차기 네트워크 환경에 더 적합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S8의 뛰어난 성능이 100% 발휘되기 어렵다.
배터리 면에선 갤럭시 FE가 갤럭시S8(3000㎃h) 보다 배터리가 크다. 다만 갤럭시S8 시리즈 중 S8+는 3500㎃h의 배터리 용량을 갖추고 있고 배터리 절감 기술도 적용되기 때문에 S8+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S8도 실제 기기 작동 시간은 사용시간은 노트FE가 뒤질 수 있다.
◆OS·UX 업그레이드… 사진은 S8에 뒤져
노트FE는 소프트웨어 면에서 노트7에 비해 한 단계 진화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6.0(마시멜로우)에서 7.0(누가)로 업그레이드됐고, 갤럭시S8과 동일한 UX(사용자경험)을 구현했다. 외관은 갤럭시노트지만 사용환경은 갤럭시S8인 셈이다.
갤럭시S8+와 노트FE를 비교해본 결과, 사용 환경에서의 차이점은 거의 없었다. 노트FE는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이나 사물 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빅스비 호출을 위한 별도의 버튼도 없다는 정도다. 추가로 갤럭시S8은 블루투스 5.0이 적용돼, 헤드폰(이어폰)을 동시에 2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노트FE가 갤럭시S8과 똑같은 듀얼픽셀 1200만화소 F 1.7 후면 카메라 스펙을 갖췄음에도, 사진 품질에서는 일부 차이가 났다. 야간 촬영의 경우 갤럭시S8 쪽이 보다 노이즈 억제력이 뛰어났고, 더 선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처리 과정에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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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환경과 위치에서 디지털 3배 줌, 동일해상도, F1.7, ISO 800, 셔터스피드 1/30초로 촬영한 야경. 왼쪽이 갤럭시 노트FE, 오른쪽이 S8+로 찍은 사진이다. |
◆결정적 차이는 디자인… 스타일러스만의 장점 여전
결정적 차이는 디자인이다. 갤럭시S8 시리즈나 LG G6는 베젤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1년이나 지난 제품인 노트FE는 상하 베젤이 상대적으로 넓고 투박해 보인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지문인식 버튼이 뒷면으로 이동한 갤럭시S8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노트FE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오랜 습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두 기기의 사용성 비교에서 노트FE의 전면 지문인식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노트FE의 가장 큰 차별점인 스타일러스는 역시 다른 제품과는 비교 불가한 노트의 장점이다. 노트FE는 단종된 노트7과 마찬가지로 4096 단계의 필압을 지원해 세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글 인식 능력도 뛰어나, 누워서 한 손으로 필기 인식을 이용해 웹서핑도 가능하다.
노트FE의 출고 가격은 69만9600원이다. 노트7 보다도 일찍 출고된 갤럭시S7 엣지의 온라인 중고 가격은 30만∼40만원대 형성돼 있다. 노트FE가 1년 전 기종을 다시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리퍼(재조립품)가 아닌 미사용 부품을 이용해 만든 새 제품이다. 조만간 공개될 신형 노트에 대한 기대감만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노트FE는 충분히 매력적인 기기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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