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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20) 바람 한점 없는 우주에 돛단배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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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8 10:00:00 수정 : 2023-11-12 2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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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으로 항해하는 우주선 ‘솔라 세일’(Solar Sail)의 세계 

최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우주선 ‘커버넌트호’의 항해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우주 돛’, 즉 태양광 우주선(솔라 세일·Solar Sail)의 원리를 이용해 항해하는 장면은 그만큼 장관이다.

커버넌트호는 2000명의 승객과 12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새로운 행성 개척을 위해 항해한다. 우주선보다 수십배 큰 돛은 연료를 아끼고 더 빠른 속도로 항해하기 위한 장치다. 돛을 펴고 접는 모습은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범선을 연상시킨다. 강력한 태양풍을 만나 손상된 돛을 승무원들이 수리하는 장면도 현실감 있다. 이 영화는 당분간 솔라 세일을 가장 사실적으로 다룬 공상과학(SF) 영화로 기록될 것 같다. 

솔라 세일 개념은 SF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종종 등장한다. 영화 ‘스타트랙: 딥 스페이스9’ 시리즈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스타트랙: 딥 스페이스9’ 시리즈에 등장한 상상 속의 솔라 세일 우주선. 출처=www.fandom.wikia.com

◆40년 전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제시 

 

솔라 세일 우주선은 SF 소설이나 영화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태양광으로 항해하는 우주선은 과학책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약 40년 전에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1976년 자니 카슨이 진행하는 인기 TV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해 솔라 세일, 혹은 라이트 세일(Light Sail)의 구상을 소개했다. 당시 세이건은 “솔라 세일은 지속적으로 가속을 받아 로켓을 사용하는 일반 우주선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전기 절연 재료로 만들어진 평평하고 넓은 돛으로 추진되는 우주선을 만들어 핼리 혜성과 랑데부(만남)를 시도해보자는 칼 세이건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실제 발사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본 것이다.

 

이어 세이건이 공동 창립자로 참여했던 비영리 단체인 행성협회(The Planet Society)가 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이어받아 2005년 ‘코스모스 1호’를 띄우려고 했지만, 로켓 발사 실패로 결국 무산된다.

 

2015년 발사에 성공한 ‘라이트 세일’의 우주 항해 상상도. 출처=행성협회

◆더 멀리, 더 빨리 우주를 항해할 수 없을까?

 

과학자들이 솔라 세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던진 질문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더 적은 연료로, 아니 사실상 쓰지 않고, 더 멀리 그리고 더 빨리 갈 수 없을까’이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4000㎞이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때 왕복한 우주 항해 시간은 195시간 19분이었다. 만약 이 속도로 명왕성까지 약 59억㎞의 항해를 떠난다면 가는 데만 171년이 걸린다. 당시보다 우주선의 성능이 좋아졌다고 가정하고 속도를 100배로 올린다 해도 연료가 부족하게 된다. 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없는 것이다.

 

솔라 세일은 연료 대신 태양광을 이용하는 개념에 기초한다. 바다의 범선이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것처럼 솔라 세일 우주선은 태양광을 받아 추진력을 얻는다. 빛이 질량은 없지만, 운동량(momentum)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19세기에 입증된 이론이다.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물체는 빛의 운동량을 전달받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가 바로 솔라 세일이다.

 

태양 빛으로 항해하는 솔라 세일의 상상도. 출처=미국항공우주국

빛은 파장인 동시에 광자라는 입자의 흐름이다. 태양에서 우주로 퍼지는 광자의 에너지 입자가 우주선의 돛에 부딪히면 선체가 전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1초에 1㎜ 정도 전진하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이론상으로는 시간이 흘러 가속을 받아 100일 정도 후에는 시속 16만㎞까지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광속의 절반 수준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2010년 ‘이카로스’ 성공, 2015년 ‘라이트 세일’ 성공 

 

가장 먼저 솔라 세일의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010년 5월 금성 탐사위성 ‘아카스끼’(일본어로 새벽이라는 뜻)와 우주 범선 ‘이카로스’(IKALOS)를 ‘H-2A’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한다.

 

이카로스의 본체는 지름 1.6m에 높이 0.8m의 원통 모양입니다. 여기에 한변의 길이가 20m가량인 정사각형 모양의 돛을 달고 있다. 이카로스의 돛은 빛을 반사하는 초박막 필름(두께 100분의 1㎜)으로 제작되어 있다. 태양의 빛이 돛에 부딪힐 때 생기는 힘으로 날아가는 원리다. 접혀 있던 돛은 대기권을 벗어난 위성 본체가 회전하는 원심력으로 펼쳐졌다.

 

일본의 솔라 세일 ‘이카로스’가 촬영한 영상. 출처=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돛을 펴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일본의 솔라 세일 ‘이카로스’의 모습. 출처=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이카로스는 우주궤도 진입 후 성공적으로 돛을 펴고 ‘셀프카메라’ 영상까지 지구로 전송했다. 발사 후 약 7개월 후 금성에 도착했으며, 이후 금성을 지나 초속 400m 정도의 속도로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 일본은 이카로스에 이어 지름 50m의 초대형 돛을 단 목성 탐사선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행성협회도 1차례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2015년 태양광 우주선 ‘라이트 세일’(Light Sail)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라이트 세일은 발사 후 8일간 통신이 끊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돛이 제대로 펼쳐지고 기체가 자세를 유지하면서 태양광으로 항해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트 세일은 한변이 10㎝인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 3개를 이어붙이고 돛을 달아 완성됐다. 우주에 진입하면서 접혀있던 삼각형 모양의 돛 4개가 펼쳐지면서 태양광 반사판 역할을 했다. 돛의 두께는 4.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였지만, 펼쳐진 돛의 면적은 32㎡로 인공위성 표면적의 200배가 넘었다.

 

돛을 피고 우주를 항해 중인 ‘라이트 세일’. 출처=행성협회
과학자들이 발사에 앞서 ‘라이트 세일’을 시험하고 있다. 출처=행성협회

◆3만년 걸리는 거리를 20년 만에 항해한다(?)

 

솔라 세일을 이용한 담대한 계획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러시아 부호인 유리 밀너,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함께 40년 후 외계 행성 탐사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타샷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초소형 나노 우주선을 개발해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겠다는 게 그 뼈대이다.

 

이 별은 우리 태양계와 4.37광년(약 25조㎞) 떨어져 있다. 지금의 기술로는 3만년 이상 걸리지만, 초소형 우주선은 이보다 1000배 정도 빨라 20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을 광속 대비 5분의 1 빠르기로 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나노 우주선에는 솔라 세일이 적용된다. 무게 28g 정도의 우주선에는 3.5m 크기의 초박막 방패연 모양의 나노 돛이 달린다. 호킹의 계획에 따르면 나노 우주선 1000개를 우주에 풀어놓은 뒤 지구에서 레이저빔을 쏘면 우주선이 돛단배처럼 항해하게 된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마치 날개를 편 나비 떼와 같은 우주선들이 날아가는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

 

무게 28g 정도의 나노 우주선을 나노 돛으로 날려 보내겠다는 ‘스타샷 프로젝트’의 상상도. 출처=스타샷 프로젝트
지구의 레이저빔으로 나노 우주선을 밀어 보내는 ‘스타샷 프로젝트’의 개념도. 출처=스타샷 프로젝트

영화처럼 승객을 실은 초대형 우주선을 먼 행성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에 반해 큐브샛이나 초소형 우주선에 적용하는 ‘우주 돛단배’는 이미 현실의 이야기가 됐다.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을 쓴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은 1865년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빛을 이용해 달과 행성, 항성으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150년 전의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주 저 너머를 향해 더 빨리, 더 멀리 가려는 인류는 또 어떤 아이디어로 그것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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