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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60%에서 98%까지… 대법관 임명동의 찬성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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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8 13:25:38 수정 : 2017-07-08 13: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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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사실상 만장일치 해당하는 98.3% 찬성률 기록 / 박상옥, ‘과반 턱걸이’ 151표로 가까스로 임명동의 받아
조재연(왼쪽),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는 조만간 본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조재연·박정화 두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며 이제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 그리고 정식 취임만 남겨두게 됐다. 국회는 통상 90% 이상의 압도적 찬성률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법관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직 대법관 중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이는 조희대 대법관이다. 그는 지난 2014년 2월20일 이뤄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총 투표수 234표 가운데 찬성 230표, 반대 4표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찬성율이 무려 98.3%로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깝다.

권순일(왼쪽), 조희대 대법관. 이들은 현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 가운데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각각 가장 많은 찬성표,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조 대법관은 요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불거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고 법관 생활 거의 대부분을 일선 법원에서 재판만 하며 보냈다. 재판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당사자 주장을 경청해 억울함이 없도록 배려하며 판결문도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작성한다는 평을 받아 왔다. 평소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리면서도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법관은 물론이고 법원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찬성율은 조 대법관이 제일 높지만 표결에서 찬성표를 가장 많이 얻은 이는 따로 있다. 권순일 대법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14년 9월3일 이뤄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총 투표수 242표 중 찬성 233표, 반대 5표, 기권 4표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찬성률은 96.3%로 조 대법관의 98.3%보다 조금 낮으나 찬성표는 233표로 조 대법관이 받은 230표보다 오히려 많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권 대법관은 조 대법관과는 달리 법원행정처에 오래 근무하며 사법행정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냈는데 둘 다 업무상 국회의원들과 접촉할 일이 많은 자리다.

이들 외에 김용덕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97.6%), 박보영 대법관(96.2%), 박상옥 대법관(95.6%), 김재형 대법관(94.3%), 김소영 대법관(94.1%), 양승태 대법원장(92.7%)이 9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국회 임명동의 관문을 통과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질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은 지난 2012년 8월1일 이뤄진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당시 총 투표수 270표 중 찬성 226표, 반대 39표, 기권 5표로 찬성률이 83.7%에 그쳤다.

고 대법관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이로 이기택 대법관(68.5%), 김창석 대법관(64.1), 김신 대법관(60.0%)이 있다. 이들 중 김신 대법관은 지난 2012년 8월1일 이뤄진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총 투표수 270표 중 찬성 162표, 반대 107표, 기권 1표로 반대표가 100표를 넘었다. 현직 국회의원의 3분의1 이상이 그의 대법관 임명에 반대한 것이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이렇게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찬성률이 낮은 대법관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이기택 대법관은 병역면제를 받고 미성년자인 자녀 명의로 주식투자를 한 점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창석 대법관은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가 220억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건 항소심을 맡아 집행유예를 선고해 ‘봐주기 판결’ 논란을 빚었다. 김신 대법관은 특정 종교에 지나치게 편향된 듯한 언행으로 다른 종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신(왼쪽), 박상옥 대법관. 김 대법관은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현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 중 가장 낮은 6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박 대법관은 고작 151표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물론 찬성율이 높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박상옥 대법관의 경우 95.6%의 찬성율을 기록해 일견 이기택·김창석·김신 대법관보다 국회 지지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이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박 대법관은 검사 시절인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군 변사사건을 맡아 경찰에 의한 고문치사라는 점을 밝히는 데 소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은 그의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며 대법관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지연시킨 끝에 2015년 5월6일에야 겨우 표결이 이뤄졌다.

야당 의원 거의 대부분이 아예 표결에 불참해 총 투표수는 고작 158표에 그쳤다. 이처럼 사실상 여당만 참여한 표결에서 박 대법관은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를 기록했다. 가까스로 의결 정족수를 채운 투표에서도 그나마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150명)보다 딱 1표 많은 151표로 겨우 임명동의를 받은 것이다. 비록 찬성률은 95.6%에 달했으나 그의 대법관 임명에 반대한 야당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면 찬성률이 몇 %대로 떨어졌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 자질 면에선 별다른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조 후보자는 세 딸의 조기 해외유학과 부인의 음주운전 전력, 박 후보자는 사법개혁 등 현안에 대한 무소신이 각각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곧 이뤄질 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찬성률이 과연 몇 %나 나올지 법조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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