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죽을지도 모르는 아기를 낳기로 결심했습니다(콘스탄체 보그 지음, 민세리 옮김, 예담, 1만4000원)= 1979년 독일에서 태어난 저자는 32살이 되던 해이자 결혼 5주년을 맞은 2011년 첫 임신을 했다. 새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떴던 저자와 남편은 임신 14주째에 뱃속 아이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아이를 끝까지 뱃속에 품고 있어야 할까. 부부는 “가장 힘들었고, 치열했으며, 충격적이었던” 시간을 보낸 끝에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책은 부부가 이후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아들 ‘율리우스’와의 여행을 이어가는지 따라간다.
도시 침술(자이미 레르네르 지음, 황주영 옮김, 푸른숲, 1만7000원)= 저자는 1970년대부터 브라질 쿠리치바 시장과 파라나 주지사를 역임한 행정가이자 2002~2005년 국제건축가협회장으로 활동했던 건축가다. 그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공사를 하지 않고서도 작은 시도만으로 도시를 바꿀 수 있음을 깨달았고 이를 ‘도시 침술’이란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인구 180만의 작은 도시인 쿠리치바에는 간선급행버스, 소극장, 보행자전용도로 등 그가 단행한 도시 침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는 쿠리치바 도시개혁과 파라나주 발전을 이끈 업적을 평가받아 2011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의 사상가 25인으로 선정되었다.
낙엽이 지기 전에(김정섭 지음, Mid(엠아이디), 1만5000원)=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원인과 경과를 살펴본다. 사라예보 암살 사건이 터진 1914년 6월 28일부터 영국이 독일에 전쟁을 선포한 8월 4일까지 약 한 달이 넘는 기간에 벌어진 일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1차 대전이 일어났음을 지적하면서 이 전쟁을 ‘침략자 없는 비극’으로 묘사한다. 국방부에 재직 중인 저자의 눈길은 자연히 한반도로 향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론이 점차 퍼지는 상황에서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디언 자치공화국(여치헌 지음, 이학사, 1만8000원)= 북미 인디언들의 독자적인 사회인 ‘네이션’(Nation)을 소개하는 책이다. 네이션은 독립된 국가에 속하면서 대내적으로 한정된 자치권을 갖는 ‘국가 내 국가’ 형태의 자치공화국이다. 인디언은 미국 내에서 500여개의 ‘네이션’을 형성해 독자적인 사회를 이룬다. 인디언 네이션의 정치, 사법, 교육, 복지, 경제 제도를 주제별로 소개하며 네이션이 미국이라는 연방제 공간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운영되는지 살핀다.
사회학자 시대에 응답하다(김동춘 지음, 돌베개, 2만원)= 저자가 1990년부터 올해까지 발표했던 시평 성격의 글들을 가려 묶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과학이 서구의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경험과 현실, 역사에서 재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학의 임무는 사회적 세계의 이해, 특히 권력을 이해하는 것’이란 피에르 부르디외의 관점이 자신의 관점과 같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한국 현대사, 분단, 반공주의, 자본주의도 이런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윌리엄 F. 러디먼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만원)= 고생물학자인 저자는 산업혁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과는 달리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지구에 변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가 삼림을 파괴하고 불태우기 시작한 8000년 전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메탄은 관개를 도입하고 대규모 가축 사육을 시작한 5000년 전에 비슷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이 두 가지 변화가 지구 기후에 의미심장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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