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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미래가 없다"… 방황하는 ‘동방의 진주’

입력 : 2017-06-29 19:28:35 수정 : 2017-06-29 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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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권반환 20주년 / 집값 뛰고 실업난 가중… “시진핑 방문 관심없다” 민심 싸늘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앞두고 찾은 홍콩은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공식행사가 열리는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과 컨벤션센터에서는 안전점검이 실시됐다. 29일 홍콩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와 수행원들이 머무르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하버뷰호텔엔 행사 당일 일반인들 통행을 막기 위한 수백개의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홍콩인들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만난 50대 홍콩인 필립 추이에게 주권반환 20주년에 대해 묻자 “중국인들은 관심이 많지만 우리(홍콩인)는 아니다”고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만난 한 홍콩 시민은 바리케이드를 가리키며 “시 주석 방문에 관심이 없는데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7월1일 주권반환 20년 행사를 위해 시내 곳곳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와 수행원들이 머무르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하버뷰 호텔이 있는 구역 전체를 수백개의 대형 바리케이드로 벽을 쌓았다. 물을 넣으면 하나당 무게가 2톤이 넘는다. 이우승 특파원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가운데)이 28일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 있는 홍콩 주권반환 상징물 ‘골든 바우히니아 상’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주권반환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시 주석 오른쪽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
홍콩=AP연합뉴스
◆‘우산혁명’은 기억 속으로

바우히니아는 홍콩 국화(國花)다. 국기와 동전에 새겨진 상징이다. 다음달 1일 홍콩을 상징하는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선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이 진행된다. 주권반환 20주년을 맞는 홍콩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10년 전 이곳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오성홍기가 올라갔고, 20년 전에는 역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내려가고 오성홍기가 게양됐다. 찰스 왕세자 등 영국 대표단은 이양식을 마친 뒤 왕실 전용보트로 빅토리아항을 한 바퀴 돌고는 156년에 걸친 홍콩 통치를 뒤로하고 떠났다.

이날 바우히니아 광장은 일반인 출입을 막은 채 행사 준비로 어수선했다. 광장 중심부에 카펫을 깔고 시 주석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인근 컨벤션센터 내부에선 지난 20년 동안 홍콩의 발자취가 담긴 병풍이 복도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다음달 1일 주권반환 20주년 공식행사가 열리는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과 컨벤션센터. 주권반환의 상징인 골든 바우히니아 상 앞에서 국기게양식이 열린다.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 앞에 있는 컨벤션센터 내부에는 주권반환 20년을 맞는 홍콩을 설명하는 병풍이 복도 한 켠에 배치돼 있다.


2014년 9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우산혁명’도 이제는 모두의 기억 속에 가라앉았다.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며 24개 대학 학생과 시민들이 79일간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의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서 우산혁명으로 불렸다.

지난 28일 우산혁명의 주역이었던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범민주파 활동가 20여명이 반환 상징물인 골든 바우히니아 상을 점거하고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시내 곳곳에선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지지만 대규모 시위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거엔 직선제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지만 당시 시위주도 세력들이 모두 분화해 각기 다른 입장에 놓여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날 홍콩 국회 앞에서 노란우산을 들고 일인시위를 벌이던 알렉산드라 웡(61)은 “지금 선거는 공정하지 않다. 반드시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보통선거 실시를 촉구하는 일인시위. 알렉산드라 웡씨는 2014년 우산혁명 이후부터 중국정부의 불공정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승 특파원
◆사라지는 과거 흔적들

카이탁 공항은 과거를 상징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1925∼1998년 홍콩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주권반환 1년 만인 1998년 현재의 첵랍콕 공항이 생기면서 폐쇄됐다. 지금은 크루즈 터미널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오후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태양 아래 찾은 카이탁 공항 지역엔 과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원으로 조성된 활주로 일부가 이곳이 공항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줄 뿐이었다.

홍콩 곳곳에선 과거 흔적들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중국화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미래를 우려한다. 중국인들은 이런 홍콩인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대학생 위양은 “홍콩인들도 우리처럼 균등한 기회를 갖는다. 홍콩은 중국의 많은 다른 곳 중 하나일 뿐이다. 단지 장소가 다를 뿐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홍콩인들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발한다. 대학생 메이는 “우리는 민주주의와 정치적 다양성, 자유 등 중국인과는 다른 가치관과 문화에 익숙하다”고 반박했다.

홍콩의 불만은 주권반환 이후 민주화 수준이 낮아지고 중국인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취업난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150만명이 넘는 본토인들이 넘어왔다는 통계도 있다. 홍콩 중문대가 최근 15세 이상 홍콩 주민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가 주권반환 이후 사회 전반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실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는 홍콩의 큰 문제로 대두했다.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웃도는 0.539를 기록해 46년 전 지니계수 집계가 이뤄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홍콩=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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