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 울부짖을 때 내 마음도 함께 울부짖는다”는 A씨.
얼마 전 엄마가 된 A씨는 창문을 굳게 닫고 생활한다.
A씨가 창문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힘들게 재운 아기가 시끄러운 배기음이나 경적, 음악 소리 등에 놀라 경기를 일으키며 잠에서 깨는 것을 우려해서다. 그 역시 이러한 소리에 놀란 한편,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음에 신경이 거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며 잠에서 깨어나 A씨의 분노는 크게 상승한다.
단지 내를 쏜살같이 달리며 배달하는 오토바이나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며 지나가는 차량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조한 차를 운행하는 아래층 남성이 더 큰 문제다.
A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아래층을 찾아가 부탁도 해보고 사정도 해봤지만, 그는 “합법적인 개조고 수백만원을 들인 배기장치와 AV시스템은 뗄 수 없다”고 완강히 말한다. 그러면서 “노랫소리는 줄이겠지만 배기음은 끄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며 “정 시끄러우면 창문을 닫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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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외관은 그럴싸해 보이나 1600cc 미만인 소형차다. |
“차가 울부짖을 때 내 마음도 함께 울부짖는다”는 B씨.
얼마 전 700만원을 주고 중고 소형차를 산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하지만 생에 첫차를 뽑았다는 기쁨도 잠시.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한 후 처음 나간 정모에서 데칼 스티커(치장 스티커)만으로는 차에 감성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그는 다른 동호회원이 그랬던 것처럼 100만원에 달하는 배기장치를 달았다. 비록 큰돈이 들었지만 우렁찬 울부짖음에 다음 달 카드 값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그 후 그는 동호회 사람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오늘도 야심한 밤 차를 몰고 자유로로 향한다.
■ 합법적인 자동차 배기개조
흔히 차량 개조는 불법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대부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다.
배기음과 관련해서는 배기관을 바꾸는 것은 승인이 필요 없으며, 소음기는 신청만 하면 교체가 가능하다. 또 차량 관련법에 따라 100데시벨(dB)을 넘지 않는 선이면 쉽게 허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논쟁과 의견이 분분한 데에는 개조된 차량 배기음이 수면장애가 시작되는 60데시벨(dB)보다 높은 수준이며, 일부에서 배기음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엔진 촉매를 탈거해 파이프에 직접 연결하여 마치 폭발음을 내는 듯한 개조를 하는 데 있다.
이 경우 불법에 해당하며 들으면 불쾌한 감정이 들 정도의 소음을 발생하게 되는데, 차량 검사 시 장치를 탈착하는 방법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
이에 소음이 뜸한 저녁 시간 아파트나 주택단지라면 앞서 A씨의 사례 등과 같은 피해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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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장치 변경 후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신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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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배기장치. 개조는 주로 2000cc 미만 차량에서 이뤄지는데, 이러한 장치 없이 그들이 말하는 감성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저녁 시간 소음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서울은 66데시벨(dB)로 기준치인 55dB을 뛰어넘는다. 65dB은 55dB 소리가 10곳에서 동시에 나는 것과 같다.
모든 문제가 소음기를 개조한 차량의 탓으로 돌릴 순 없지만 무관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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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 개조하지 않은 차량 소음이 60dB 정도인 데 반해 이러한 소음으로 수면장애가 시작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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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 개조된 차량의 소음은 지하철 차내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
차를 개조한 자동차 동호회원과 개조업체를 찾아 이유를 들어본 결과 여러 의견이 나왔다. 종합해보면 ‘성능의 일부 향상’과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기자와 만난 20대 소형차(1500cc급) 운전자는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소음기 교체 후 차량 외관과 소리까지 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30대 소형차 운전자는 “성능향상을 위한 개조로 오픈흡기필터튜닝(엔진개조)과 배기튜닝은 세트와 같은 것”이라며 “단순 감성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사람들 시선이 쏠린다”, “개인 취향”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개조업체도 앞서 운전자들과 비슷한 이유와 함께 “개조 시 성능이 일부 향상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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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차량 배기음만을 다뤘지만 오토바이소음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여름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증가한다. |
합법적인 범위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지만, 주택가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등에서는 소음을 줄이거나 괜한 공회전을 하지 않는 등의 배려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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