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2시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 재신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큰 월드컵 진출에 먹구름이 낀 데 대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감독 거취 문제는 기술위원회에 일임했다. 기술위원회는 경질을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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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당혹스러운 듯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
하지만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4일 입국한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여러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지만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해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도 대표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 직무대행으로는 4월 대표팀의 ‘특급 소방수’로 합류한 정해성(59) 수석코치가 물망에 오른다. 차기 후임 감독 후보로는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신태용(47) 전 U-20 대표팀 감독, 최용수(44) 전 장쑤 감독 등이 꼽힌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에도 축구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화살은 감독 재신임을 고집하다 위기를 자초한 축구협회로 향한다. 축구협회는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전문가들은 “감독 교체 시기의 ‘골든타임’을 명백하게 놓쳤다”고 평가한다.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생존 여부에 자신들의 운명이 달린 사람이 많았다”며 축구협회 내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은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다. 자진 사퇴는 없다”고 말해 일단 기술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뒤늦게 슈틸리케를 경질하더라도 독단적인 행정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깎아내린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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