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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야? 예능이야?… 안방극장 ‘장르 파괴’

입력 : 2017-06-13 20:45:45 수정 : 2017-06-13 20: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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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강사 앞세운 ‘어쩌다 어른’서 시작 … ‘알쓸신잡’ 등 지식예능 쏟아져 / 예능 닮은 교양프로도 속속 등장 … ‘지식 갈증 해소 +재미’ 새로운 시도
‘먹방’(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주춤하는 사이 ‘지식 예능’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람들은 웃기기만 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꼈다. 보고 나면 공감과 감동이 남는 리얼리티 예능을 찾았고, 시각적 즐거움과 마음에 포만감을 줬던 먹방에 열광했다. 이제 시청자들은 깔깔깔 웃은 뒤에도 머릿속에 뭔가 확실히 남는 예능을 원한다.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양화한 예능들이 쏟아지고 있고,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에서는 교양 프로그램에 예능 같은 재미를 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교양에 빠진 예능

여행, 음식 등 늘 새로운 포맷으로 도전해 대박을 터뜨렸던 나영석 PD가 이번엔 ‘지식’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2일 tvN에서 처음 방송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은 두 회차 만에 평균 시청률 5.7%, 최고 시청률 7%를 찍었다. 알쓸신잡에는 잡학박사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자 정재승, 일명 ‘인문학 어벤저스’와 천재들 사이에서 ‘일반인’ 포지션을 맡은 가수 유희열이 출연한다.

첫 방송에서 이들은 통영을 찾았다. 각자 여행한 뒤 현지 맛집에 모여 고차원적 수다판을 벌인다.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통영 출신 문학인 고 박경리 선생을 거쳐 호주제와 미토콘드리아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사, 철학, 정치, 과학 등 분야를 마구 넘나든다. “나도 서울대 나왔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수다 수준을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주는 유희열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알쓸신잡은 방송 후 포털 검색어를 점령할 정도로 이미 반응이 뜨겁다.

XTM의 ‘밝히는 과학자들’도 수다로 풀어가는 교양 예능이다. 과학으로 분야를 한정해 전문성을 높였다. 호기심 많은 MC 서장훈이 과학자들과 만들어가는 조화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색다른 접근이 흥미를 끌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교양 예능 전성시대를 연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 방송을 시작한 O tvN ‘어쩌다 어른’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분야 유명강사의 강의로 진행되는 어쩌다 어른은 설민석 강사의 출연으로 한국사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재미가 보장돼야 하는 만큼 강사들의 재치와 입담은 필수다. 심리학, 육아,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연봉 6억 자산관리사 유수진의 재테크법 강의가 화제를 모았다.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수업’이 콘셉트다. 지금까지 ‘새 친구를 사귀는 법’,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 ‘글로 나를 표현하는 법’ 등이 방송됐다.

잇따라 교양 예능을 내놓고 있는 tvN 제작진은 “삶에는 다양한 재미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재미’”라며 “교양 예능이 최근 인기가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올바른 지식과 교양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능에 빠진 교양

예능이 교양까지 넘보면서 기존 교양 프로그램들 역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엄연히 ‘교양’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도 마치 예능을 보는 듯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은 예능과 교양 제작을 분리하고 있는 지상파와 종편에서 주로 볼 수 있다.

KBS는 최근 1TV에서 ‘서가식당’을, 2TV에서 ‘속보이는 TV 人사이드’를 론칭했다. 책 소개 프로그램인 서가식당은 작가와 평론가가 출연해 책을 소개하는 기존의 딱딱한 형식을 버렸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배우들을 진행자로 두고 인기 문화평론가와 셰프를 모아놨다. 이들은 그날의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직접 스튜디오에서 맛보면서 음식, 책의 내용, 배경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를 대변하는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기 때문에 무겁지 않으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첫 방송에서는 초한지, 두 번째 방송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뤘다. 제작진은 “책을 읽고 싶지만 여유가 없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우면서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속보이는 TV 人사이드는 우리 주변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문제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교양이면서도 2TV 저녁시간대에 편성됐다. 시청률이 높은 경쟁사 프로그램과 맞서기 위해 기존 예능 ‘비타민’을 빼고 교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전 프로그램에서 평균 3∼4%대였던 시청률이 최고 7.5%까지 올라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방송되는 ‘차이나는 클라스’는 jtbc의 교양 강의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 시청률 3.4%를 기록한 뒤 2%대를 유지하면서 순항 중이다.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다음 강의자를 공개하고 홈페이지에서 미리 질문을 받는다. 질문을 할 수 없는 TV 강의 프로그램의 한계를 탈피해 오히려 강점으로 삼았으며 재미와 지식을 다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양이 재미를 추구하는 흐름에 대해 KBS 김정수 교양국장은 “교양은 ‘정보·지식 전달’이라는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예능화했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춰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영상공법을 가미한 것”이라며 “교양도 장르에 따라 흡인력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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