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타올랐던 지난 연말 서울 광화문광장. 대한적십자사 직원 김용환(58)씨가 공익제보 공로로 박근혜정부 시절 받은 대통령표창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자 이문옥 전 감사관이 건넨 조언이었다. 실제 김씨는 부실한 혈액관리 실태를 내부고발해 대한민국 혈액관리시스템을 확 바꾼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당국의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정부 관련 조직 신설, 체계적인 혈액관리 시작 등등. 그래서 이례적으로 노무현 및 박근혜 정부에서 2차례에 걸쳐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적십자사 직원으로 근무 중인 김씨를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서울서부혈액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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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한 혈액관리 실태를 내부고발한 대한적십자사 직원 김용환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서울서부혈액원 사무실에서 취재팀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결국 그의 고민은 ‘내 가족이나 친지, 이웃들이 부실하게 관리되는 부실한 혈액을 수혈받았다면 그것을 용서하고 이해하겠느냐’로 모아졌고, 불이익을 받더라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론이 났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1990년 5월 이문옥 감사관이 재벌들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중단 사실을 공익제보한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전 감사관의 내부고발 언론보도를 보고 ‘만약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일신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혈액사업이 중요한 공공사업이라는 걸 꼭 심어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적십자사 중앙혈액원 운영과에 근무 중이던 김씨는 동료 임재광, 이강우, 최덕수씨와 함께 에이즈 검사 등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혈액이 공공연히 유통되는 사례를 취합했다.
“회사가 혈액관리법 위반으로 저를 고발해 경찰에 긴급체포되기도 했고, 징계위원회에서 해고통보도 받기도 했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납니다.”
언론보도와 국민들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하나둘 사실과 진실이 밝혀지면서 김씨 등은 회사 내부의 눈총과 압박 속에 힘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동료 4명 모두 현재에도 적십자사에 근무 중이다.
“당시 고통을 여론과 시민단체 등의 힘을 입어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현행법을 가지고 나를 보호한다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었죠.”
결국 김씨의 공익제보를 계기로 혈액관리시스템이 대폭 개선됐다. 정부는 2004년 4월 총리실 산하에 ‘혈액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설치해 종합적인 혈액 안전관리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안전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이후 수천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장비와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 혈액관리를 확 뜯어고쳤다.
결과적으로 김씨와 동료들의 공익제보는 적십자사의 혈액관리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는 “산모나 혈액암 환자 등이 이제 ‘적십자사 수혈이 많이 안전해졌대, 걱정 안 해도 된대’라고 말할 정도로 인식이 개선됐다”고 전하며 “과감한 투자와 관리 개선, 내부 직원들의 노력 등으로 수혈 감염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등 혈액사업에 대한 국가 신인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고 활발하게 내부고발을 하는 ‘공익제보시대’가 활짝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정말 할말을 하는데,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 용기가 필요없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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