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왜 배워요? 수학 배워서 어디 써 먹어요?”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학습하고 있는 교과목은 단연 수학이다. 수학은 지식정보화 시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이자 핵심 학문으로 통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와 같은 국제 학력 비교평가에서 한국 학생의 수학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수학을 입시에서의 비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PISA나 TIMSS에서 수학 성취도에 비해 흥미,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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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되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은 통계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을 문제해결 과정을 중시하고, 실생활 중심으로 개편한 게 주요 특징이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경서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음악에 관한 통계포스터를 작성한 뒤 반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모습. 교육부 제공 |
교육당국과 교사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유용성과 실용성을 애써 강조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그간 수학 교육이 이론과 계산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확률과 통계다. 학교를 다닐 때 분명 통계를 배웠음에도, 사회 생활에서 접하는 각종 통계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수학교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중등 수학교사 7229명(중학교 3501명, 고등학교 3728명)을 대상으로 통계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89.9%가 “통계교육을 실생활 중심의 실용 통계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수학교육이 배움을 즐기는 활동과 탐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에는 92.4%가, ‘수학수업에서 교구 및 공학 도구의 사용이 유용하다’는 85.8%가 동의했다.
2018학년도부터 중·고교에 적용되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은 이러한 한계와 고민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통계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을 통계적 문제 해결과정을 경험하는 실생활 중심으로 개편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초등 수학 ‘확률과 통계’ 영역은 내년부터 ‘자료와 가능성’으로, 중학교 ‘도수분포와 그래프’는 ‘자료의 정리와 해석’으로 이름이 바뀐다.
수업 내용은 물론 방식도 상당히 많이 변화할 전망이다. 초등 수학은 자료를 수집, 분류하고, 표나 그래프로 정리·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중학교는 도수분포표에서 평균을 삭제하고, 상관관계를 추가했으며 공학적 도구 사용을 강조했다. 고교 ‘확률과 통계’는 자료수집 방법으로서 표본조사 의미를 강조하고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되는 통계 내용을 이해하는 소양을 기르는 데 방점을 둔다.
교육부는 본격 시행에 앞서 각 학교현장에 2학기부터 실용 통계교육을 위한 통계청 통계교육원(sti.kostat.go.kr)의 교수학습자료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통계 단원 수업을 자료 수집과 분석, 정리 등 학생 탐구활동 중심으로 실시하고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프로젝트형 통계 수업과 타교과 연계 융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라는 조언이다. 또 학생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자료에 기초한 의사결정 등 탐구활동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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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프로젝트형 통계수업’에서 만든 통계포스터. 교육부 제공 |
프로젝트형 통계수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어떤 주제를 정해 탐구한 뒤 통계자료를 이용해 분석하고 정리한 결과를 한 장의 커다란 종이에 보여주는 통계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통계포스터 작성은 △주제 정하기 △자료 수집하기 △자료 분석하기 △해석 및 통계포스터 만들기 △통계포스터 발표하기 △모둠평가 등의 과정을 거친다.
통계포스터 작성의 관건은 주제 정하기다. 실용 통계교육을 위한 학습자료와 교원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통계교육원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재미있고 창의적인 주제를 정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또 통계포스터가 과정에 중심을 두는 통계수업의 일환인 만큼 관련 자료를 쉽게 모을 수 있고 비교적 평이한 내용 이해와 명백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MUSIC is 뭔들’, ‘핸드폰 사용 용도는?’ 서울 강서구 경서중학교 1학년3반 학생들이 지난해 2학기 ‘프로젝트형 통계수업’ 때 만든 통계포스터 주제들이다. 한 모둠은 점심시간에 방송되는 음악을 장르별로 집계하고 친구들의 선호도를 물어 통계를 냈고 또 다른 모둠은 친구들의 휴대전화 사용 목적과 시간에 대한 가설을 세운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분석했다.
경서중과 같은 실생활 중심 통계교육 연구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화장실 변기와 이유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용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나?’ ‘집이 학교에 가까울수록 지각한다. 사실일까?’ ‘과연 키가 큰 사람이 달리기를 더 잘할까’ 등의 주제가 나왔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통계교육원은 ‘라면은 어떻게 끓여야 가장 맛있을까’ ‘공부시간과 성적은 서로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이 느끼는 1분은 실제로 얼마나 길까’ 등의 주제도 정보의 타당성이나 논리적 적합성 검증과 연계 융합형 수업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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