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줄곧 정신과 의사 등으로부터 정신 질환을 앓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일대 의과대학이 주최한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과 전문의 콘퍼런스’가 지난 4월에 열리기도 했고, 이 회의에서 트럼프가 위험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공식 견해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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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오전 2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나르시시즘은 자기애(自己愛)로 번역된다. 자신을 과장하고, 그런 허상을 위해 공격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 반 사회적인 인격 장애이다. 그 증상이 자기과시와 자기도취이다. 권력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독재자들 중에 나르시시트가 많다. 트럼프는 공격성, 사디즘 등이 복합된 ‘악성 나르시시즘’에 걸려 있다는 게 미국 심리학계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우울증은 대통령 병
듀크대 연구팀의 조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이 가장 많이 앓는 정신 질환이 우울증(depression)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역대 대통령의 24%가량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링컨과 함께 제임스 매디슨, 존 퀸시 애덤스, 프랭클린 피어스, 켈빈 쿨리지 전 대통령이 우울증을 앓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공포증, 공황장애 등을 포함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에 시달렸던 미국의 대통령도 8%에 달했다. 토마스 제퍼슨, 율리시스 그랜트, 켈빈 쿨리지,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 이 그룹에 속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보다 훨씬 심각한 조울증(bipolar disorder, 양극성 장애)을 앓은 미국 대통령도 8%가량에 이른다. 조울증은 외적 자극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린든 존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조울증 환자였다. 루스벨트는 광기로 인해 아마존을 2년 동안 탐험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듀크대 연구팀은 이 같은 탐험 여행을 떠나는 환자의 19명 중 16명이 되돌아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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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
미국 역대 대통령의 8%가량은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프랭클린 피어스 전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에 의한 간경변으로 사망했다. 그랜트 전 대통령은 뉴올리안즈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 도중 술에 취해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술에 취해 영국 총리의 전화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
윌리엄 태프트 전 대통령은 인지 능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면중 일시 호흡 곤란 증세에 시달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이미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했다고 연구팀이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 CNN 등 주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외롭고, 위축돼 있어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평을 일삼고, 우울감에 빠져 있다고 이 방송이 지적했다.
존스 홉킨스 의대의 존 가트너 박사는 세미나와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나르시시즘을 넘어 편집증적이고 망상적이라고 진단했다. 가트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 상태가 미국에 가할 위험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경고하는 것은 우리의 윤리적인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가트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정신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홍보하는 전문의 모임인 ‘듀티 투 윈’(Duty to Win)을 이끌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 질환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온라인 청원이 진행 중이고, 여기에 정신과 전문의 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미국에서는 그러나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직접 진료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 제시는 미국정신의학회의 ‘골드 워터 룰’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규칙은 정신과 의사가 공인에 대해 직접 진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 상태를 규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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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방송 영상 캡처 |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중 피고인석에 앉아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혔다. 박 전 대통령은 약 20분간 정체 불명의 그림을 그린 뒤 지우기를 반복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현실이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경우 회피하거나 왜곡 또는 부정하는 방어 기재가 발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쇼셜 미디어를 통해 “가족으로서 경험한 것을 종합해볼 때 스트레스로 인한 조울증 증세로 보인다”면서 “심할 경우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도 가능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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