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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은 쓸모없다고? 민들레에겐 소중한 거름이야!

입력 : 2017-06-03 03:00:00 수정 : 2017-06-02 2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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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날아가던 참새에게도, 소달구지 바큇자국에서 뒹굴던 흙덩이에도 더럽다고 놀림당하는 강아지똥.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강아지똥 앞에는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다.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다.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강아지똥이 다시 물었다. “얼마만큼 예쁘니?” 민들레는 “방실방실 빛나. 하느님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한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강아지똥을 보며 말했다.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그러자 강아지똥은 놀라며 “내가 거름이 되다니”라고 말했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그 말을 들은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다. 비는 사흘 동안 내렸고,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다.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 민들레 뿌리로 모였다. 그리고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다.

1996년 처음 출간돼 오랜 세월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큰 사랑을 받아온 ‘강아지똥’이 작가 권정생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재출간됐다. 권 작가는 돌담 밑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며칠 밤을 새워 강아지똥 이야기를 썼고,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그림작가 정승각에 의해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강아지똥을 처음 그림책으로 접한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었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강아지똥은 여전히 모든 사람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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