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U-20 월드컵서 첫 적용 / 기존 ‘ABAB’방식 선축팀 유리 / 오랫동안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 / 승부차기 전반 변화 불가피해져 / 키커 배치 등 치열한 수싸움 예고 / 선축팀 첫번째 키커 막중한 책임 /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 더 커질 듯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등 대형 축구이벤트에서 살 떨리는 박빙 승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 승부차기다. 그러나 승부차기는 오랫동안 불공정 논란에 시달렸다. 먼저 슈팅을 성공시킨 뒤 상대팀의 결과를 차분히 기다릴 수 있는 선축팀에 유리한 결과가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승부차기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26차례 진행됐다. 이 중 선축팀이 승리한 횟수는 16차례로 승률은 6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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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 브라질과 칠레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브라질 골키퍼 훌리우 세자르가 칠레 키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이번 U-20월드컵에 승부차기 때 양 팀이 순서를 바꿔가며 차는 아바(ABBA) 방식이 도입돼 변수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P연합뉴스 |
이처럼 승부차기에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축구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승부차기 방식에 칼을 댔다. 지난 3월 연례정기회의에서 새로운 승부차기 시스템을 2022년까지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새 시스템은 동전 던지기로 선·후축을 결정한 뒤 A팀-B팀-A팀-B팀 방식으로 번갈아 차는 기존과 달리 A팀-B팀-B팀-A팀 방식으로 매 턴마다 선·후축이 바뀐다. 스웨덴의 전설적 그룹 ‘아바(ABBA)’의 이름을 따 ‘아바 방식’으로 불린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FIFA에 앞서 새 승부차기 규정을 시범도입해 운영했다. 새 방식은 지난 11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유럽여자축구선수권 독일-노르웨이의 준결승전에서 처음 적용됐다.
유럽에 이어 FIFA 주관 대회에서도 ‘아바’가 본격 시행된다. 그 첫 번째 시험무대가 이번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됐다. 대회 조직위는 30일 “FIFA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 기존 승부차기 방식 대신 아바 방식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바 방식 도입으로 승부차기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승부차기에 전략이 가미될 여지가 훨씬 커졌다. 단순히 페널티킥 잘 차는 선수를 순서대로 내세우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선후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변수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아바 방식이 처음 적용된 경기인 U-17 유럽여자축구선수권 준결승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발생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1~3번 키커가 연속해서 실축을 했지만 결국 3-2로 결과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에이스 키커를 어떤 타이밍에 내세워야 하는지 출전팀들의 머리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새 방식에서는 선축팀 첫 번째 키커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병지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선축팀이 첫 슈팅을 넣지 못하고 상대팀이 두 번 연속 골을 성공시키면 0-2로 밀리게 된다. 따라서 두 번 모두 골을 넣어야 동점을 만들 수 있다”며 “과거에는 1골 차 승부가 이제는 2골 차 승부가 될 수 있어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인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특히 선축팀 첫 키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골키퍼가 연속으로 슈팅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관해선 “체력이나 집중력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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