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A씨가 졸지에 ‘0.01%의 사나이’로 등극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새삼 화제가 됐다고 한다. 3월부터 행정자치부는 정부청사의 보안 강화 차원에서 출입자를 대상으로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인 출입증 사진에 기반한 얼굴인식 시스템은 꽤 정확해 통과율 99.9%를 자랑하고 있다. 다만 A씨의 경우는 예외였다. 낡은 출입증 사진 속 그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햇살 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어 여지없이 ‘신원 불일치’ 경고음이 울렸다. 결국 그는 시스템 모니터에 대고 억지로 입 꼬리를 올린 뒤에야 가까스로 ‘본인 인증’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A씨의 어색한 미소에 주변 사람들이 남몰래 웃음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경제부 출입 기자에게 전해들은 ‘촌극’이다.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현 시대의 씁쓸한 초상을 목도한 듯했다. A씨도 한때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격무와 피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오는 권태감이 엄습해 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
구직자들은 어떨까.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4월 청년실업률은 1999년 6월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다. 대학 시절 ‘스마일 퀸’으로 이름을 날린 B씨,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로 ‘동안’ 소리를 귀에 닳도록 들었던 C씨 등 이 시대를 견디는 많은 이들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쓰고 있다.
이처럼 매번 우울한 소식만 들려오니 ‘앵그리 버드’가 활개를 칠 만하다. 실제로 한국웃음연구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성인들이 하루에 웃는 횟수는 6~7번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그들이 한때는 굴러다니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을 걸 생각하면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온당치 않은 비유지만 문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이 떠오른다. 그림 속 예수와 ‘배신자’ 유다의 모델은 같은 사람이다. 다만 유다는 예수의 모델이 된 맑은 청년의 6년 뒤 얼굴이다.
시대는 아직 어둡지만 정권은 바뀌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촛불을 들었고, 표를 던졌다. 부디 새 시대를 약속하며 첫발을 뗀 정부가 ‘앵그리 버드’들의 잃어버린 웃음을 조금이나마 되찾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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