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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축제와 공동체, 그리고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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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5월 대학 축제철 주야로 먹고 마시는 청춘들 / 공동체 소속의식 고양하는 축제 본연의 가치는 어디로 바야흐로 대학 축제 철이다. 무던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미세먼지도 기세를 누그리며, 젊음의 향연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이제 전국의 대학에서 대개 다음주까지 대학축제가 흐드러지게 벌어질 것이고, 학생들은 잠시 학업의 부담에서 벗어나 낮에는 각종 놀이 프로그램, 밤에는 초청된 연예인의 공연을 즐기느라 주점에서 도란도란 이야기잔과 술잔을 기울이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울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엄혹한 청춘 시절 대학 축제의 상징은 시위와 교문 앞에 눈처럼 수북이 쌓여 있던 최루탄 가루여서 그런지 대학 축제를 즐기는 젊음이 부러우면서도 요즘 축제의 즐거움 속에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은 아닌지 아쉬움을 갖게 된다.

다름이 아니라 축제가 본연적으로 가져야 할 공동체성이다. 흔히 축제라고 하면 즐거운 놀이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축제는 본래 기념이나 감사의 마음과 관련된 공동체적 역할을 수행했고, 축제에서의 여러 기념이나 축하 행사는 종교적, 사회적 혹은 지리적 그룹에의 소속감을 제공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고양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역사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저서 ‘호모루덴스’에서 제의, 놀이, 축제는 일상생활의 공간적 분리, 참여하는 사람의 진지한 집중, 그리고 이에 따른 일상생활의 정지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것을 지적했다시피 축제는 그 기원에서 제의와 놀이와 어우러져 축제 참가자의 특정한 공동체에의 소속 의식을 고양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전인한 서울시립대 교수·영문학
근대 사회의 등장 이후 현대에 이르게 되면 축제의 종교적 색채는 흐려지고 놀이와 유희의 색채가 진해지며, 특정한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가 아닌 열린 참여를 점점 더 지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근대 사회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남과 다를 수 있는 권리의 획득 즉 개인의 자유 획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공동체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근대 이후의 개인 자유의 강조와 엇나가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대학 축제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어설프고 지나치게 이상론에 치우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학생이라면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 속의 자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가치와 그 공동체가 어떻게 전반적인 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의 축제는 즐거운 놀이나 유희의 측면도 있어야 하지만 대학 사회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하고, 그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확인하는 기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3∼4일씩이나 휴강하며 학교에서 주점을 열고 연예인을 불러 젊음을 만끽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즐거움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소속감·의무감을 환기하려는 이유에서이지 그냥 놀고 즐기라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물론 즐기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재미가 없으면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학교에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가 궁금하고, 보고 싶은 그룹의 공연이 있으면 체면 불구하고 먼발치에서나마 학생들에게 방해가 안 되게 구경하곤 한다. 그렇지만 대학의 축제라면 이런 즐거움·놀이·유희의 근저에 특정한 공동체적 가치를 확인하려는 기획과 의식이 있어야 하고, 축제의 마지막 날이 지난 아침 학생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는 이번 우리 학교 축제에는 어떤 연예인이 와서 좋았고, 어느 학과 주점의 술과 안주가 가장 맛있었는가라는 기억보다 축제를 통해 공동체적 가치와 지향을 확인했다는 묵직한 그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싱그러운 5월의 낮에 놀이를 즐기고 있는 청춘들, 서늘한 밤에 연예인 공연에 기뻐하며 총학생회의 섭외 능력에 감탄하고 있는 젊은이들, 주점에서 인생의 또 다른 막의 추억을 쌓고 있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인생에 한 번밖에 없을 이 청춘의 축제 기간에 어떤 공동체를 축하하고 있으며, 어떤 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하고 있는가.

전인한 서울시립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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