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연스레 면역력을 키워주겠다며 자녀에게 국가가 지정한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단체시설에 보내는 다른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앞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일명 안아키)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피부가 괴사될 지경까지 자녀의 피부 질환을 방치하거나 고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이지 않는 행동 등으로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카페 회원의 한 아기 얼굴 전체에 동그란 ‘피떡’이 생긴 사진 등에 더해 이들 회원이 자녀의 예방접종까지 거부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1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 43만5886명 중 일본뇌염 4차(생2차)를 맞지 않은 아이는 1만5798명이었다. 각종 질환을 앓고 있거나 접종 일정이 지연돼 추가 접종을 하지 않은 접종 제외자(2만9821명)와 달리 이들은 적법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맞지 않았다. 일본뇌염 외에도 필수 예방접종 4종 중 하나인 DTap 5차를 맞지 않은 아동은 6024명, 폴리오 4차는 5290명, MMR 2차는 6428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부모가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에 빠진 데는 항생제 내성과 스테로이드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항생제 남용과 부작용은 안아키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 부모도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소아에게 제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안아키 카페는 폐쇄된 상태로 카페를 개설한 한의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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