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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교대의 불규칙적인 생활, 환자파악, 진료준비, 업무기록, 물품 정리 등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게 다반사였다. 바쁠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무례한 환자들의 성희롱과 폭언은 마음속으로 삭여야 했다. 선배들의 거친 타박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씨는 “조그만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라며 “앞으로 쭉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2일은 나이팅 게일의 탄생일에 맞춰 간호사들의 공헌을 기리는 의미로 제정된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백의의 천사’들은 사회적 존경은커녕 막대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열악한 처우에 눈물 짓는 게 일상이다.

이 같은 전망이나 현실은 지난해 1만7505명이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는 등 최근 5년간 7만4533명의 간호사가 배출됐고 2006년 127개(입학자 1만1147명)이던 대학 간호학과 수가 2015년 203개(2만3642명)로 크게 증가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간호사 공급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된다. 수원의 한 병원 간호사 김모(32·여)씨는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등이 겹치면 오래 일하기가 힘들다”며 “초반에 못버텨내고 그만두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2015년 간호사 1만13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조사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간호사의 평균 근무 연수는 7.4년에 불과했다. 1일 휴게시간은 30.2분, 한 달에 5.5회가량 식사를 걸렀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간호사의 날’에 내건 구호가 ‘밥 좀 먹고 일하자’였을 정도다.
간호사의 90% 이상인 여성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간호회 관계자는 “의료기관 종사자 중 간호사의 비율이 절반을 넘고 주요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을 간호사가 제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간호관리료가 전체 건강보험 수가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처우가 낮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사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전체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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