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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1일 3교대·10시간 이상 격무… 날개 못 펴는 '백의의 천사'

입력 : 2017-05-11 19:16:59 수정 : 2017-05-11 22: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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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많고 처우 열악… 극한직업 된 간호사/무례한 환자들 성희롱·폭언 일쑤/작은 실수조차 허용 않는 분위기/간호사 수 OECD 평균 절반 수준/2030년엔 15만8000명 부족 전망/전체 의료서비스 질적 하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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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모(28·여)씨는 요즘 일을 그만둘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복을 입은 지 2년, 몸은 안 좋아지고 짜증은 늘었다.

1일 3교대의 불규칙적인 생활, 환자파악, 진료준비, 업무기록, 물품 정리 등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게 다반사였다. 바쁠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무례한 환자들의 성희롱과 폭언은 마음속으로 삭여야 했다. 선배들의 거친 타박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씨는 “조그만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라며 “앞으로 쭉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2일은 나이팅 게일의 탄생일에 맞춰 간호사들의 공헌을 기리는 의미로 제정된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백의의 천사’들은 사회적 존경은커녕 막대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열악한 처우에 눈물 짓는 게 일상이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전망 연구결과에 따르면 간호사는 2030년에 15만8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도 대부분의 병원은 간호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6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1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나 현실은 지난해 1만7505명이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는 등 최근 5년간 7만4533명의 간호사가 배출됐고 2006년 127개(입학자 1만1147명)이던 대학 간호학과 수가 2015년 203개(2만3642명)로 크게 증가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간호사 공급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된다. 수원의 한 병원 간호사 김모(32·여)씨는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등이 겹치면 오래 일하기가 힘들다”며 “초반에 못버텨내고 그만두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2015년 간호사 1만13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조사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간호사의 평균 근무 연수는 7.4년에 불과했다. 1일 휴게시간은 30.2분, 한 달에 5.5회가량 식사를 걸렀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간호사의 날’에 내건 구호가 ‘밥 좀 먹고 일하자’였을 정도다.

간호사의 90% 이상인 여성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간호직(간호사·간호조무사)의 38.4%가 근로기준법 등에 금지된 임신 중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39.5%는 임신을 결정할 때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공공연한 ‘태움문화’(영혼까지 태운다는 뜻의 직장 내 괴롭힘)는 꽤 오래전부터 지적됐음에도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 고질적인 인력난 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44.8%가 병원 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하는 등 언어 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회 관계자는 “의료기관 종사자 중 간호사의 비율이 절반을 넘고 주요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을 간호사가 제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간호관리료가 전체 건강보험 수가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처우가 낮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사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전체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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