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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재난문자는 '먹통'… 안전처·산림청은 책임 회피 '급급'

입력 : 2017-05-08 19:17:16 수정 : 2017-05-08 19: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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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발송요청 없어” vs 산림청 “문자상황 아냐” / 재난경보 먹통… 구멍난 위기관리/안전처 “임의 발송땐 혼란 유발”/산림청 “이미 구두로 대피 지시”/관계부처 안이한 대응 또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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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형 산불과 관련해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것을 놓고 국민안전처와 산림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어떤 산불에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하는지 등에 관한 기준도 없다.

지난 6일 오후 강릉시 성산면 야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으로 급속히 번지며 산촌 마을을 위협했다. 해당지역의 주민 등에게 정부의 긴급재난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을 방송이나 동네 이장들의 연락을 뒤늦게 받고서야 황급히 대피에 나섰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8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산림청이나 지자체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지자체나 산림청 등 기관들도 재난문자시스템(cbis.safekorea.go.kr)에 접속해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문구만 입력할 수 있을 뿐 안전처가 최종 승인을 해야 문자가 송출된다.


산불을 진압하던 산림청 헬기가 고압선에 걸려 8일 오전 11시46분쯤 강원 삼척시 도계농공단지 인근에 비상착륙해 있다. 이 헬기에는 조종사 등 총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정비사 조병준(47)씨가 비상착륙 과정에서 부상해 인근 삼척의료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삼척=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안전처에서 임의로 문자를 발송하면 산불피해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과 관계없는 지역까지 문자를 받는다”며 “주민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고 ‘왜 이런 문자를 보냈느냐’는 민원도 많이 제기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산불은 홍수와 지진 등 자연재난이 아니라 사회재난이므로 주무부처는 산림청이고 안전처는 지원 역할만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재난상황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민안전처의 이런 책임 회피를 놓고 논란은 커지고 있다.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안전처는 이날 강릉지역에 산불이 다시 번지자 오전 3시29분과 오전 10시2분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안전처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국가재난을 총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된 부처다.

산림청은 이미 강릉시가 주민대피 등 긴급조치를 발동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 6일 오후 9시 산불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된 뒤 문자발송을 검토했지만 강릉시가 3시간 전 마을 이장 등을 통해 구두로 주민 대피를 지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복해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할지 사실 기준이 애매하고 우리도 ‘문자를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8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과 태백의 경계지점인 건의령 일대에서 한 진화대원이 살아나는 불씨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



강릉시 관계자는 “긴급재난문자 문구는 우리가 쓸 수 있지만 안전처에 요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있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주민대피령부터 내렸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지난해 9월 12일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경주 지진 당시 늑장대응 논란에 이어 또다시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자 산불이 진화된 뒤 관계부처와 함께 대응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전처는 빠른 현장대응을 취지로 산불 관련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업무를 산림청이나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처는 경주 지진 당시 늑장 문자 비난이 일자 지진 긴급재난 문자 서비스 업무를 기상청으로 이관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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