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범죄조직 '검은돈' 꿀꺽한 겁 없는 10대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5-01 15:34:19 수정 : 2017-05-01 15:34:19

인쇄 메일 url 공유 - +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중간에서 꿀꺽하는 ‘슈킹’
“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는데…”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Y(18)군과 K(20)씨. 돈이 필요했던 이들은 지난 3월 ‘간 큰’ 생각을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로 한 것. 보이스피싱은 중국에서 지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범죄 수익인 만큼 중간에서 꿀꺽해도 ‘뒤탈’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앞서 한 차례 보이스피싱 조직의 뒷통수를 쳐 192만원을 가로챈 경험이 있는 Y군의 제안으로 범행이 시작됐다.

이들은 조직의 뒷통수를 치기 전 예행 연습도 했다. 실제 인출책으로 가담해 윗선의 지시대로 돈을 인출해 보내기로 한 것. 이들은 지난 3월 여의도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로부터 4000만원을 받아내는 등 1주일 동안 4명의 피해자로부터 6800만원을 가로채 수수료 10%를 뺀 나머지를 조직의 계좌로 송금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자신감이 생긴 Y군 일당은 주변에서 10대 친구를 더 모아 5명으로 구성된 ‘인출팀’을 만들었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렌터카도 빌렸다. D-데이는 지난 3월27일. 이날 이들은 인천 부평역에서 윗선의 지시에 따라 택배로 수령한 체크카드로 698만원을 인출했지만, 총책에게 보내지 않고 그대로 잠적했다.

하지만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구린 돈’을 가로챈 탓에 신고는 없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피해자들의 신고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기 때문. 결국 간 큰 10대들은 경찰에 덜미가 잡혀 쇠고랑을 찼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Y군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세 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만연해진 보이스피싱에 덩달아 늘어난 ‘슈킹’

이처럼 신고가 어려운 범죄수익이란 점을 노려 보이스피싱 조직의 ‘검은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슈킹’(범죄수익을 빼돌리는 수법을 이르는 은어)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범죄 피해액이 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보이스피싱이 만연해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4년 6만7024건(2595억원) △2015년 5만7695건(2444억원)에서 지난해 4만5748건(1919억원)으로 감소세에 있지만, 여전히 2000억원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중국과 필리핀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국내 인출책을 구하는데 안달인 상황인데, 최근 국내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인출=범죄’라는 인식이 퍼진 탓에 인출책 모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인출책을 맡기 꺼려하자 경제사정이 궁핍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10·20대가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이에 젊은 층에서 슈킹 범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예 처음부터 슈킹을 하기위해 대포통장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김모(29)씨는 범죄조직에 본인 명의 통장을 300만원에 넘긴 뒤 미리 설정해 놓은 입금 알림 메시지가 뜨자마자 온라인 뱅킹으로 5000만원을 꿀꺽했다.
슈킹에 나선 청소년들도 있다. 지난해 3월 인천에서 “돈을 빼돌려도 중국 조직에서 잡지 못한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1500만원을 빼돌린 고교생 7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범죄 조직은 뒷통수 맞더라도 적어도 경찰에는 신고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킹도 피해자가 특정되면 사기죄 등으로 엄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이한 생각으로 돈을 가로채려다가 범죄조직이 저지른 혐의까지 몽땅 뒤집어쓸 수 있다”며 “고수익 아르바이트는 사전에 위법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